1년에 한 번씩 딱 이맘때면 한숨 몰아쉬고 숨고르기를 해야한다. 단 한번의 선택이 1년을 좌우하기에..
어떻게 생각하면 학생보다 담임에게 더 책임감이 드는 선택임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아이들이야 선택되는 입장이기에..모든 선택의 결과에 대해 좋으면 좋은대로, 또 험난하면 험난한대로 내탓이요라고 되뇌이는 수 밖에.
새 담임 반의 리스트를 받아 들고 눈으로는 리스트를 빠르게 스캔해 나간다.
짧은 순간에 1년의 길흉화복(?)이 점쳐지는 순간이다. 허걱...이럴수가...
만남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분명 있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러기에 1년이지만 담임과 제자라는 만남을 가벼이 여기진 않았다. 그러나 그러했던 믿음은 나 혼자만의 소신으로만 여겨질 뿐,.. 요즘의 학생과 학부모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사회적인 여러 양상으로 볼 때, 교사라는 자리는 그저 직업의 한 분야일 뿐 그 안의 의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사회계층 안에서 교사의 직업이 속하는 class가 어디인지...그럼으로써 더 나은, 상위의 직업을 가진 학부모는 담임 교사를 그 class로만 가지고 대하게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마치 김영란 법의 탄생 배경의 주범처럼 몰고간 분위기가 팽배한 세상에 살면서 어디 학부모만 탓하리..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그 자리를 더럽힌 사람들의 잘못일텐데 말이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한 이 즈음...새로운 만남에 앞서 기대와 걱정이 교차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벌칙으로 교실 안 쓰레기 다섯 개 줍자는 제안에 담임의 교육방식이 도를 넘어섰다고, 담임의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세운 학부모의 아이를 다시 1년 맡았다.
연장된 인연의 끈이 주는 이유 - 그 분명한 이유에 대한 답을 숙제처럼 떠안고 시작하는 이 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