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고 합니다. 5월인 이유는 가정의 달이기 때문이고, 21일로 정해진 이유는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날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고 다짐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것은 2007년이고 그 배경은 지난 2003년 12월 18일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 결의되면서라고 합니다. 최초는 1995년 5월 21일 세계최초로 우리나라 경남 창원의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되고 그것이 기념일 제정운동으로 전개되면서라고 합니다.
한편 부부의 날 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부부 백년해로 헌장'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그 헌장은 결혼 70~80주년 이상이 된 세계최장수부부상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안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론만이 아닌 실제로 백년해로에 근접한 부부생활을 영위한 커플들의 살아있는 지혜의 함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헌장은 총 10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인내하며 다툼을 피하라
2. 칭찬에 인색치 말라
3. 웃음과 여유를 가지고 대하라
4. 서로 기뻐할 일을 만들라
5. 사랑을 적극 표현하라
6. 같이 즐기는 오락이나 취미를 만들라
7. 금연, 절주하고 건강을 지켜라
8.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9. 매년 혼약갱신선언을 하자
10. 부부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자
이 항목들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부부 중 일방이 행할 수 있는 상대에 대한 태도 혹은 표현이고, 두 번째는 부부 두 사람의 참여, 그리고 마지막은 건강입니다.
먼저 일방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잘 안되는 것들입니다. 인내하는 것, 칭찬하는 것, 웃음과 여유로 대하는 것, 사랑을 표현하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결혼 전 연애기간 동안에는 일상으로 하던 것들입니다. 할 수 있고 했던 것을 부부라는 익숙함으로 잊고 살거나, 표현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잘 하지 않게 되는 것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되고 그것들에 쌓인 먼지를 털어 새롭게 하자니 쑥쓰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백년해로한 부부들은 이를 일상화합니다. 이런 일상의 표현이 그들로 하여금 백년해로를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부부와 아름다운 황혼을 꿈꾼다면 배워서 실행해야 할 항목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두 번째 두 사람의 참여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같은 취미나 오락, 지나친 의존 탈피, 혼약갱신선언, 그리고 부부교육 프로그램 참여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참여해야 되는 이런 것은 같은 시간과 공간의 공유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공감과 합의가 전제가 되는 것들입니다.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대화의 소재로,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다른 것과 상반된 듯하면서도 의미가 있는 것은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는 항목입니다. 사랑은 두 사람간의 ‘밀착과 분리’가 전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늘 밀착만 하면 개인으로서의 존재감이 함몰되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이 지나치게 희생이 되거나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개인으로 존재하면서 두 사람의 참여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부의 모습인거죠. 우리 부부는 얼마나 이에 해당하는지 점검하고 실행해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이 모든 항목을 뛰어넘는 것으로 혹은 전제조건으로 ‘건강’입니다. 금연하고 절주하여 건강을 지켜야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으면서, 부부의 일방이 다른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참여를 할 수가 있다는거죠. 그래서 이 헌장에서 건강은 7항목으로 나와있지만 그것은 첫번째거나 마지막으로 기재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부부의 날, 우리부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부부의 연을 맺을 때의 기대나 각오대로 살고 있는지, 그리고 적어도, 아니 정말 위에서 언급한 '부부 백년해로 헌장' 중 몇 가지를 준수하며 살아가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시작은 가족이고, 그 가족의 시초는 부부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