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는 전국 초등학교 5•6학년생 1955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생활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주된 조사 내용은 부모와의 대화시간, 방과후 시간 활용, 스트레스 인자, 많이 듣는 말, 듣기 싫은 말 등이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안고 있는 실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조사 결과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손치더라도 이러한 조사 결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자녀의 생활은 잘 알고 있다 해도 같은 연령대의 다른 자녀들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5-6학년은 다른 누구보다 친구 그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 자녀가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생활하는지 알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녀의 생활과는 무관하다고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 조사의 주된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0명 중 5명은 가족과 하루에 단 30분도 대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한 학생의 52.5%가 하루 30분 미만 대화한다고 하였고, 9.2%는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부모가 자녀와의 대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고, 스스로는 적지 않은 시간을 자녀와의 대화에 할애한다고 생각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과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원이었습니다. 응답자의 60.6%가 방과 후 2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냈다고 하고, 4시간 이상 보내는 학생도 12.0%였습니다. 다른 활동으로 2시간 이상 사용한 것을 보면 32.7%는 공부, 27.4%는 TV 시청, 25.7%는 친구와 놀거나 운동, 그리고 23.0%는 스마트폰 사용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부모가 원하는 공부에 2시간이상 사용한 사람은 32.7%인 반면 부모가 선호하지 않는 다른 활동으로 보내는 2시간도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원인은 38.8%가 학원이라고 하여 1위를 차지하였고, 성적(34.0%), 따돌림(15.1%), 외모(15.0%), 건강(12.3%) 등의 순으로 답을 하였습니다. 아침 식사와 관련하여는 평일 중 부모님 없이 형제•자매끼리 아침을 먹거나 아예 식사를 거르는 어린이가 49.8%여나 되었고, 나머지 중에서도 14.5%는 부모가 차려놓은 것을 혼자 먹었고, 혼자 챙겨 먹은 어린이는 3.1%였습니다. 부모와 함께 평일 아침을 먹는 어린이가 전체 30%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로는 ‘공부해라’, ‘숙제했니’, ‘책 읽어라’, ‘살 빼라’, ‘휴대전화 그만 해라’ 등이었다고 한 반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사랑해’, ‘잘했어’. ‘학원 다니지 마라’ ‘놀아라’, ‘뭐 사줄까’ 등이었습니다.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과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과 모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겠지만 특히 주목을 끄는 두 가지는 아침식사와 대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침식사는 한 끼 식사를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과 더불어 식구로서의 정의가 취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행동이 식사입니다. 하루의 시작과 식사를 함께하는 가족의 정의를 충족하는 가장 일차적인 활동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 가족의 의식과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이 아침식사를 어릴 때 가족과 함께 했느냐는 어린 시절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에도 70% 가까운 어린이가 이 가족의 근본적인 의식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녀에게는 어떤 경험을 주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더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대화입니다. 모든 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위해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생활을 구실로 자녀와 대화 시간을 가지지 못합니다. 자녀를 위한다는 그 어떤 바쁜 생활도 자녀와의 대화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자녀를 위한 생활의 시작은 대화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하루 30분 미만의 대화를 갖는 어린 학생들이 50% 넘는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로서 왜 열심히 생활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부모로서의 본질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면 우리 자녀의 문제는 아니라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하는 원초적인 질문을 심각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조사는 현시대상의 반영이고 우리 자녀는 그 시대를 사는 성숙되지 않는 한 객체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부모의 관점으로만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해석해서는 안 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성숙되지 않은 자녀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게 부모가 아닌 제삼자의 객관적인 이러한 조사 결과는 매우 커다란 시사점을 갖고 있는 만큼 눈 여겨보고 이에 우리 자녀는 어떤 모습인지를 점검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