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세월호 사고는 역설적이게도 많은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컸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런 예고없이 순식간에 꽃잎처럼 스러져간 어린 학생들은 과거 혹은 현재로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거나 자녀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경험으로써 감정이입이 돼버린 그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저 멀리 떨어진 남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죠. 우리 자신 혹은 우리 가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이런 바탕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합니다. 불행한 일은 급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 원하지는 않지만 이런 불행은 우리에게도 올 수 있다는 현실, 그런 불행으로 가족을 잃게 된다면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는 자책, 그렇지만 평소 가족에게 오히려 감사와 사랑의 표현을 잘 하지 않고 있다는 자각, 그래서 예고없는 그들의 부재를 맞게 되면 가눌 수 없는 슬픔이 회한으로 밀려온다는 깨우침 등이 평소 잊고 살았던 가족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변화가 없어 무료하다고 느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존재를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친숙함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리고 그런 상대로서의 가족에게 얼마나 무심히 대해 왔는지를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미는 작은 손길에는 감사함을 느끼고 말로 행동으로 표현해왔지만 정작 그 보다 몇 갑절 더 위대한 가족의 사랑과 배려와 도움에는 그러지 않아왔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지요.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서 혹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니면 직접적인 편지와 말로써 자신들의 사랑과 감사를 가족에게 전달합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상황에서 피어난 연꽃 같은 작은 변화라고 할까요…
평소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고 그것에 미치지 못하거나 부족할 때 가족에게 싫은 소리를 합니다. 그것이 가족을 위한 행동이라고, 가족이니까 가능하다고, 가족이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해야 할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존경한다는 말은 잘 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이런 표현들은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말이죠. 우리 스스로는 다른 가족들로부터 사랑의 말을, 감사의 말을, 미안의 말을, 존경의 말을 선뜻 하지 않으면서도 듣고는 싶어하면서 말이죠. 이해하고 있을 것이니, 아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당위로 인해 원하면서도 서로에게 표현하지 않는 일상으로 퇴화해 버린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런 예기치 못한 가족의 부재 상황이 발생하면 그런 과거의 일상을 뒤늦은 죄책감과 회한으로 되돌아볼 따름입니다.
이제 이러한 가족관계에 변화를 주었으면 합니다. 가족을 재인식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재인식도 중요하지만 인식으로 끝나지 않고 표현으로 발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일시적인 인식이나 표현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