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과 고려 충렬왕 때의 <명심보감(明心寶鑑)>의 치가(治家) 편에는 가정의 화목을 강조하는 동일한 금언이 나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그것입니다.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이 금언은 우리나라에서 과거는 물론 현재도 인구에 회자될 만큼 가정의 화목을 강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경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적인 교훈이 과학적인 연구로도 사실이라는 결과가 최근 서구문화에서 나왔습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가 스페인의 국립 마드리드콤플루텐세 대학교와 공동으로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이전의 연구들은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주로 직장내의 갈등에서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에서 벗어나 가정까지 확대해 진행했습니다. 25개의 서로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는 평균 연령 42세인 80커플을 상대로 직장에서 동료와의 갈등 정도와 가정에서 벌어진 갈등을 측정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연구결괄르 발표하였는데 그 중 핵심은 ‘가정내 불화가 직장 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학자는 ‘가정문제에 대한 걱정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없게 되면 짜증을 잘 내게 되며, 이런 점이 동료를 향해 부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배우자와의 갈등이 증폭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결국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직장에서의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그것이 다시 퇴근 후 가정의 갈등으로 확대 재생산된다는 의미입니다.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금언인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과 정확히 일치되는 연구결과입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가정에서의 화목이 사회에서의 성공을 가르는 근본적인 전제라는 명확한 사실이 입증된 것입니다.
이미 가화만사성이라는 격언을 일상적으로 듣고 말해왔던 우리에게는 이 연구결과가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접근 방법에 의해 입증된 것이라는데에, 그리고 개인주의가 주된 문화라고 알려진 서구사회에서도 가정생활이 개인의 사회적인 성공에 직결된다는 명징한 사실에 그냥 흘려 지나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알고는 있지만 과연 일상에서 제대로 실행하고 있느냐는 점은 이 기회에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화만사성이란 한자성어도, 그리고 그 뜻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어와 뜻이 보편적인 것만큼 화목한 가정은 많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는 것과 실현은 다르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연구 결과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부터 내려온 구태의연한 한자성어가 아니라 과학적인 연구방법에 의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실천해야 된다는 것이죠. 그토록 바라는 사회에서의 성공의 전제가 가정의 화목인 만큼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누구는 몰라서 않하느냐?’고 반문합니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도 환경이나 다른 가족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푸념합니다. 자신은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함에도 잘 안 되는 것은 환경이나 다른 가족 탓이라는 것이 그들의 불만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상황이나 다른 가족을 탓하면 가족의 화목이 이루어질까요? 세상을 살아가면 예외없이 적용되는 준칙들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내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정에서의 화목도 이 준칙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상황입니다. 가정의 화목을 이루려면 내가 먼저 변화하여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사회적인 성공을 이끌어주는 시작이자 성공 이후 아니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