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은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선생님 개인의 사적인 공간입니다. 개인 책상을 위주로 당해 선생님이 혼자 사용하고 그 정리 정돈 역시 책임지는 공간을 말합니다. 그 누구도 당해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범접해서는 안 되는, 최대한 존중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반면에 또 하나는 공동 사용 공간이 있습니다. 회의 테이블이라든지, 이동 통로라든지, 생활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커피머신이 놓인 음료대나 냉장고 등이 이 공간에 포함됩니다. 이런 공동사용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유지입니다. 다중이 사용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용 후에는 누구도 예외없이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쓰레기는 수거해 가고, 엎지른 액체는 닦아야 하며, 커피머신에 커피가 바닥이 나면 커피를 내려야 하고, 냉동실의 얼음도 사용하면 물을 채워 얼려 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사소한 것이지만 분명 공동사용 공간을 만들어 가는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먼저 사용한 사람이 이러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먼저 사용한 사람은 누리기만 하고 뒤에 사용하는 사람은 뒤처리를 해야만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펼쳐지게 됩니다. 이것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기본적인 공중도덕이자 에티켓입니다.
교무실내의 책상이 커피 음료대와 냉장고와 가깝습니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습관으로 거의 매일 아침 첫 번째로 교무실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하루 일정을 정리하기 전에 커피를 내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커피를 마시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뒤에 출근하는 선생님들이 교무실에 들어서면서 아침을 깨우는 향긋한 커피 향을 느끼게 하기 위함입니다. 더불어 커피를 즐기는 일부 선생님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커피를 따르다 흘려도 닦지 않습니다. 퇴근 무렵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셨으면 커피포트를 물로 행궈 씻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커피를 마시기만 하고 다음 사람을 위한 배려를 하지 않습니다. 냉장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얼음을 사용하는 선생님이 증가합니다. 시간 날 때 마다 얼려서 작은 용기에 담아두면 그것을 가져다 쓰고 떨어져도 물을 채워두지 않습니다.
바쁘면 그럴 수 있다고 백 번 양보하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곳은 학교 선생님들의 공동 공간인 교무실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는 분들입니다. 학급에서 혹은 수업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 함께 사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함께 하는 공간에서 이러한 모습들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가급적 세대의 차이로 상황을 재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커피머신이나 냉장고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교사로 보임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입니다. 몇 번 얘기를 해도 왜 그것이 잘못인지를 전혀 모릅니다. 오히려 지적하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흘깁니다. 선생님이 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성장기에서 개인적인 공부에서는 뒤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공부는 열심히 했는지 몰라도 더불어 사는 방식,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 아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열심히 배우지 않은 채 선생님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지금 미래의 성숙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울까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습니다. 현재 교육을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도 합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가 이미 지식만을 주고받은 장이 돼버린지 오래라고 생각하지만 안타까움은 여전합니다. 그들 역시 나이가 들 것이고, 자신들이 존중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들이 받아야 한다고 기대하는 존중은 지금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존중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젓 번째입니다. 그런데 지금 본인들은 어떤 행동으로 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나요? 무엇을 가르치나요? 솔선수범 없이 구두선으로만 함께 사는 사회, 더불어 행복해 지는 공동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모습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중도덕은, 에티켓은, 남에 대한 배려는 작은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런 작은 것이 모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교무실의 공동 영역에서 희생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사용했으면 다음 사람을 위해 기본적인 에티켓만이라도 지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