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의 모 사립고등학교에서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시험문제가 유출되었습니다. 이 학교의 3학년 학생 두 명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빼낸 사실이 적발된 것입니다. 이 학생들은 중간고사에서는 3과목을 그리고 기발 고사에서는 5과목의 문제를 빼내 모두 100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야간에 몰래 교무실로 들어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시험문제지를 촬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후에야 알려진 이 뉴스는 두 가지 생각을 갖게 합니다. 하나는 극단적인 성적지상주의입니다. 성적만 좋으면 과정은 그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이미 학교 생활을 통해 적지 않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성적지상주의는 일반적인 인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체감하여 왔습니다. 팽배된 인식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이렇게 극단적인 사건으로 발발하였다는 것은 또 다른 놀라움이었습니다. 성적만 원하는 수준을 얻게 된다면 과정에서의 범죄도 불사하는 경지까지 전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결과가 범죄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이러한 인식이 이 학생들에게만 한정된 것일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 단지 학생들만의 잘못일까 하는 반성 역시 드는 복잡한 생각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이 사건이 발생한 뒤의 학교가 취한 행동과 관련한 것입니다. 뉴스에 의하면 이 학교는 이 사건을 알고도 은폐에만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시험 전에는 이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기말고사 후 학생들의 점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평소 중위권이었던 관련 학생들이 만점을 받으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험문제 유출이라는 사건의 중차대함에도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학부모들이 이의제기를 하고 교육청이 조사를 하자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엄청난 사건에도 불구하고 예상되는 불이익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은폐했다는 의혹이 이는 이유입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학생들의 시험지 유출 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은폐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이 보고 배우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처리과정에서 배움을 주는 곳이라는 학교의 근본을 망각한 것이죠.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라면 이 역시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은 편법이나 불법도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준 비교육적인 처사라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 중대한 과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매체를 통해 전해들은 일부 내용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고 하면 그것은 분명 성급한 일일것입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번 사건은 교육 현장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도 안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사안입니다. 교육은 결과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과정을 가르치는 가장 근본적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대안이 강구되어야 함은 물론 교육현장에 있는 관련자 모두가 교육에 대한 근본 목적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