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개의 날은 학교 차원에서도, 담임에게도, 학부모님에게도 참으로 신경쓰이는 날일듯 싶다.
교과로는 미리 공개할 수업을 준비하고, 담임으로는 학부모님들의 편의를 위해 교실문에 시간표 및 학교 위치도 부착, 대청소 등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동분서주, 정신을 쏙 빼면서 신고식을 치른다.
어머님들을 만나기 전, 담임 소개를 위해 간단히 ppt로 나를 치장하였다. 아무래도 나란 사람을 말로 설명하기 보다 시청각을 이용하는게 어머님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것 같아서였다. 정작 정말 떨리는 순간은 1년간 학사일정을 진행하기 위한 학부모 활동 영역 판을 짜는 일이었다. 급식당번, 알뜰매장 도우미, 사서 도우미, 급식 검수, 학부모 대표, 시험 감독 등 대부분 이 학교의 부모님들은 자녀의 일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시는 편이지만 이런 일을 부탁하는 건 물건 값도 못 깎는 나로서는 꼭 물건을 강매하는 것 처럼 영 편치 않았다.
반은 부탁으로, 반은 협박으로 판을 겨우 짰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학사일정 판을 보며..영업 실적 못 올린 세일즈맨의 심정은 이런 거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학급통신을 이용, 다시 협조 부탁의 말을 보냈지만 여전히 우리 반 실적은 내 맘을 따라 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담임의 능력은 도처에서 그 실력이 들통나나 보다..
담임의 길은 참 멀다. 학생들 교문지도에서 벌점 받지 않게 해야하고, 수업 태도도 올바르게 해야하고, 학부모님 대상으로 실적도 올려야 하고... 이건 뭐...오늘도 샐러리맨 담임은 실적을 위해 학교 건물을 누비며 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