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친한 동료들과 '나를 만나는 여행'을 다녀왔다. 자신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내적 자아와의 조우라든지, 자연과 벗하며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예전의 자기로 돌아오는 여행이든지...
하지만 나와 내 동료들이 선택한 나를 만나는 여행은 흔히들 생각하는 그러한 여행길이 아니였다. 춘천에 있다는 '점집'을 네비게이션에게 물어물어 반은 들뜬 기분으로 반은 호기심으로 아침 일찍부터 바지런을 떨면서 간 여행길이었다. 어떻게 점집과 나를 만나는 여행 사이에 연결끈이 있냐고 반문한다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미 '나'라고 정해진 운명 - 그 '사주'라고 불리우는 그 녀석을 한 번 보고 싶었다. 물론 나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게 인생이란걸 알지만, 노력이 기회를 만나는 게 운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운이 내게도 있는지, 하여 그 노력을 좀 더 쥐어짜볼 여지가 있는 인생인지 함 동기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기계화된 문명 속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나름의 운명을 들춰 보는 것이 마치 비밀의 방 열쇠를 쥐고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대감과 쾌감으로 작용하여 우리 세 사람을 아침 이른 시간부터 길을 떠나게 부추켰다.
나의 history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바로 나이지만 소설 속 주인공처럼 누군가의 기술에 의해 나의 삶을 듣는 경험은 마치 스스로를 거울로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은, 나 자신을 인생이라는 version 속에서 객관화하는 것 같은 그러한 경험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결과는 늘 내 기대만큼 따르지는 않는 법!
원치 않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심정은 참으로 참담하고 두렵기까지 했다. 꼭 저렇게까지 직설화법으로 쏴붙여야 할까 싶은 심정이 들었다. 공식적 수치로 나오는 문서도 아닌데..해석을 좀 둥글려서 나름 돌려 말해주면 안되었을까? 순수한 삶의 격려를 듣고 싶어 간 자리는 어느새 마치 공산당 처형식처럼 삶의 의지를 처연하게 무너뜨린 악몽의 순간이 되어 버렸다. 밖의 봄 날씨는 너무도 맑고 따뜻한데 구석진 방 한구석의 내 신세는 심하게 엄동설한이었다.
나를 만나러 간 여행은 어느 여행이든 참으로 멀고 힘든가 보다....다음엔 운명이라는 틀에 의존하지 않는,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길을 계획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