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팔배게하고 잔다
30대: 마주보고 잔다
40대: 나란히 잔다
50대: 등 돌리고 잔다
60대: 각방에서 따로 잔다
70대: 어디서 자는지 모른다
80대: 잤는지 안잤는지 도통 관심도 없다
90대: 나도 대체 내가 어디서 잤는지도 모른다
부단히 많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채울 수 없는 궁극적인 외로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의 그 누구도 나를 나만큼 세세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아 부부라는 연을 맺고 그 속에 있을 때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안락함을 느끼고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이 그 반증일테니까요.
기나긴 인생을 반복된 단위 시간으로 쪼개놓은 우리의 하루는 늘 피곤과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힘든 하루를 털고 재충전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하루인 내일을 맞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잠-수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엄숙한 의식인 잠을 자게 됩니다.
우리가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면서 이 세상에 나를 제외하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인 배우자와 함께 잠을 자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고단함과 외로움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최상의 방법이 부부가 하루를 마감하는 의식인 잠을 함께 자는 것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함께 한 시간이 많았다고, 나이가 먹었다고, 익숙해짐이 지나쳤다고 잠에서 마저 우리의 배우자와 거리를 두는 현실이 되고 있다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외롭다고 하면서, 삶의 무게가 등이 휠 것 같이 무거워짐을 느끼면서 그 외로움과 피곤을 이겨내는데 가장 큰 힘이 되는 배우자와 하루의 마감인 잠을 함께 하지 않는다니까요. 반복된 오늘을 이겨내고 그 속에서 받았던 외로움과 고단을 이기는 엄숙한 의식을 배우자와 함께 할 때 그 효과는 커질텐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