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송시대 유학자 주희(朱熹)가 편찬한 소학(小學) 명륜(明倫)편 통론(通論)에 보면 欒共子曰(난공자왈) 民生於三(민생어삼) 事之如一(사지여일) 父生之(부생지) 師敎之(사교지) 君食之(군식지) 非父不生(비부불생) 非食不長(비식불장) 非敎不知(비교부지) 生之族也(생지족야) 故一事之(고일사지) 唯其所在(유기소재) 則致死焉(즉치사언) 報生以死(보생이사) 服賜以力(복사이력) 人之道也(이지도야)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이 어렵고 복잡한 한문은 ‘난공자가 말하기를, 백성은 세 사람 때문에 살고 있으므로 세 사람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섬겨야 한다. 부모는 나를 낳아 주었고, 스승은 나를 가르쳐 주었고, 임금은 나를 먹여 주었다. 부모가 아니면 태어날 수 없고, 먹여주지 않으면 자라지 못하고, 가르쳐 주지 않으면 도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니 낳아주시는 것과 한가지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죽을 때까지 섬겨야 한다. 삶의 근원을 마련해 준 사람에 대해서는 목숨으로 보답하고, 보탬을 준 것에 대해서는 힘으로써 보답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를 조선시대의 율곡 이이가 소학에 관련된 여러 주해서를 모아 편찬한 소학집주(小學集註)에 인용하면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오늘날까지 우리가 스승의 중요성을 말할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승려 안연(安然)이 지었다고 알려진 아이들에게 예절과 사회도덕을 가르쳤던 동자교(童子敎)라는 책에는 ‘제자거칠척사영불가답(弟子去七尺師影不可踏)’이라 하여 ‘제자는 칠 척 떨어져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말에서 유래되어 우리 속담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을 공경하고 각별히 예우하라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그 교육을 책임지는 스승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공경이 있어 왔습니다. 스승은 단순히 학문만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되지 않으면 학문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하여 가르침을 거부하기도 하였던 것이 과거의 스승들이었습니다. 스승은 후학들을 학문과 수양을 겸비한 완전한 인격체로 만드는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나랏님과 자신을 낳은 아버지와 동일하게 섬기라 하고 그림자도 밟지 못하도록 하였던거죠.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스승에 대한 공경심이 많이 사라졌음을 현장에서 체감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스승들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것은 통감합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따지기 전에 가정에서 스승에 대해 말하고 대화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한번쯤 따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은 미래 책임있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가르침의 과정을 밟고 있는 단계입니다. 학문적인 지식과 정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는 지식과 정보만을 습득하는 공간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곳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러한 가르침은 학교의 스승으로 인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제대로 그 가르침을 내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서는 스승에 대한 기본적인 공경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가정에서 스승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대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 아이가 지식과 정보는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책임있는 시민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그 가르침이 스승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스승에 대한 공경심을 보여 주셔야 할 것입니다. 스승이 예뻐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한 기본적인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