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전문업체인 윤선생이 최근 영어와 관련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67명을 대상으로 ‘어떤 스펙을 자녀에게 가장 물려주기 싫으냐’는 설문조사 결과였습니다. 복수로 응답할 수 있는 이 설문 조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가장 물려주기 싫은 스펙의 첫 번째는 자신들의 영어실력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무려 71.5%가 영어실력을 물려주기 싫다고 답한 것입니다.
영어실력에 이어 직장•연봉(23.3%), 제2외국어 실력(21.9%), 재산(19.0%), 전공•직업(14.6%), 최종학력(13.9%)의 순이었습니다. 대물림 해주기 싫은 다른 스펙들보다 월등하게 영어실력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이 이채롭습니다. 그만큼 평소에도 영어가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모들이 가진 평상시 영어에 대한 부담은 자신들에 대한 기대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영어실력은 좋지 않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한 부모들은 자녀들만큼은 더 나은 영어실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자녀들에게 원하는 영어실력의 첫 번째 수준은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정도입니다. 41.2%가 답한 내용입니다. 학부모들이 가진 영어에 대한 불편이 바로 일상적인 대화였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어 비즈니스 영어(24.8%),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수준(19.4%), 원어민 수준(6.1%) 등의 순으로 자녀가 영어에 대한 실력을 갖추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연후에 더 나아가 비즈니스 영어나 좋은 직업을 얻는데 필요한 영어실력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일상적인 대화로서의 영어의 중요성을 평소의 경험으로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부담으로 느낀 영어에 대한 부족감을 자녀들은 갖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 줄 것인가에 대한 조사도 있었습니다. 자녀의 영어수준 향상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이죠. 역시 복수 응답을 하게 한 이 설문에서 76.4%가 사교육을 선택했고, 뒤를 이어 32.7%가 어학연수를 꼽았습니다.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자녀들의 영어학습 향상의 가장 일차적인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이 왜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스펙으로 영어를 꼽았는지 알 수 있는 결과도 있습니다. 응답자 대부분(91.9%)이 자신의 부족한 영어 때문에 당황한 적이 있었다고 답변한 것입니다. 52.4%가 자녀의 영어학습을 도와줄 때 실력이 없다고 느꼈고, 50.1%는 외국인을 만났을 때라고 답했습니다. 자녀의 학습에서 보여주고 싶은 높은 수준의 영어를 하지 못하거나 외국인을 만났을 때 그들과 대화하지 못했을 때, 즉 정작 영어가 필요할 때 그 필요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들의 실력에 자괴감을 가졌다고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괴심을 자녀만큼은 살면서 갖지 말기를 바라는 생각이 영어학습에 대한 관심과 투자로 이어지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결론적으로 영어는 현시대를 학부모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분명한 ‘필요’입니다. 외국인을 만나거나 여행을 가거나도 그렇지만 자녀의 영어학습에 도움 때문입니다. 사교육을 우선하지만 학부모가 얼마나 영어를 열심히 하고 잘하느냐가 분명 자녀의 영어 학습의 진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학부모로서 갖지 못한, 그래서 부담으로 느끼고, 종국에는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첫 번째 스펙으로서 영어실력을 탓하면서 자녀에게만 실력을 높이도록 종용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선 학부모가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그 모습을 자녀에게 보일 때 자녀의 영어실력은 학부가 원하는 수준으로 향상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학부모 스스로의 삶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좋든 싫든 세상은 글로벌화 되었고 영어 실력에 따라 삶의 풍요도가 좌우되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스펙의 모습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