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생님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의 한 주체는 학부모입니다. 가장 일차적인 주체는 물론 학생이지만 이들은 아직 완전히 성숙한 인격체가 아닙니다. 성장기에 있는 거죠. 아직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질 수는 없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이미 성숙한 인격체인 학부모의 보호와 관심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이 필요합니다. 학부모가 주된 이해관계자가 되는 이유입니다.
학생에게 학교에서의 생활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후 성숙한 사회인으로서의 배워야 할 기본적인 가치, 상식, 윤리, 도덕, 법규 등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학교 선생님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학교 선생님만이 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이 완전히 성숙되지 않았다는 한계 때문입니다. 관리범위(span of control)를 초과한 학생 수 때문입니다. 학교 생활이 가정생활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 시기 학생들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학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학생들이 함양해야 할 지혜와 삶의 태도는 학부모의 관심과 지도에 따라 좌우된다는 근본 때문입니다.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에게 학부모가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해관계자로서 학부모의 역할은 학생과 관련된 사항으로 국한됩니다. 이 시기 학생으로서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는지, 역할은 제대로 하는 지, 미래 성숙한 사회인으로서 준비를 제대로 하는지, 그러한 학생의 기본적인 학습과 체득 과정에서 학부모로서 필요한 역할은 하는지 등의 소재에 국한하여 학부모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학교 선생님에게 이해관계자로서 학부모는 학생의 존재가 전부라는 것이죠. 학생과 관련된 내용 이외의 것으로 엮이지 않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학부모와 학교 선생님간 관계의 근본입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이런 관계의 근본을 넘는 행태를 보입니다. 취미생활의 대상, 무료함의 대상 심지어 화풀이 대상으로 여기는 듯 합니다. 내용도 없는 전화를 수시로 하는가 하면, 업무시간 이후나 주말에도 목적도 불명확한 전화를 해대고, 심지어 심야시간에 농짓거리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화풀이를 해대기도 합니다. 자녀의 학교생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선생님의 소중한 시간을 뺐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전화하면 선생님은 아무 때나 받아야 하고, 아무 얘기나 끝까지 들어야 하고, 무례한 내용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맞장구를 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강요합니다.
그래서 혹시 관계의 근본과 벗어난 얘기에 제동을 걸거나, 농짓거리에 아니라고 하거나, 업무시간 이외에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역정을 냅니다. 그리곤 학교장이나 교감 선생님 심지어 교육청에 과장을 섞어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괴롭힙니다. 이러한 내용을 알 길 없는 교육청은 상세한 내용을 보고하라고 또 한 번 선생님의 소중한 시간과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지시를 내립니다.
상황을 알 길이 없는 교육청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의 지시는 실로 어이가 없습니다. 뻔히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좋게 대해라는 애기만 합니다. 특정 학부모의 왜곡된 집착, 농짓거리, 성희롱적인 집요한 전화에도 웃으면서 응대하라고 합니다. 보다 못한 주위의 여러 선생님들이 해당 학부모를 업무 방해로 고발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교감 선생님 왈 ‘업무 태만으로 교육청에 보고하면 어쩔거야?’라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더 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선생님들이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상부인 교육청에 민원이 제기될까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이해관계자로서 고객으로서 학부모를 존중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학부모 역시 선생님을 존중해야 합니다. 상호존중이 쌍방간의 소통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해당 학생의 배움과 역할에 관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균형있게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학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상급 기관의 부정적인 판단을 우선하여 무조건 선생님들에게 ‘종’의 역할을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교육은 분명 가르치는 것(敎)과 기르는 것(育)입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선생님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에게 존재로서 존중감을 주지 않는다면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