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학생들에게 품성 함양을 지도하는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왜 이런 상황까지 벌어졌는지에 대한 원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더불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방치한 주체 역시 한 두 사람으로 지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 두 가지 원인이나 한 두 주체의 방치가 근본이었다면 이미 해결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을 보니 말이죠.
교육을 담당하는 정책 입안자와 단위 학교의 장을 포함한 높으신 분들의 정책과 철학, 그리고 학생들과 대면하는 선생님들의 태도와 행동들이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을 것입니다. 거기에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생각과 대응, 그리고 요구가 더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학부모들의 강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의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생각과 행동들이 가중되었을 것입니다. 닭이냐 달걀이냐의 논쟁처럼 이런 상황을 초래한 우선적인 주체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의미도 없습니다. 어느 한 쪽을 우선하여 문제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그들에게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기 때문입니다. 매우 복잡한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어 누군가에게만 우선적인 제대로 된 역할을 요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지금과 같은 형국이라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상황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학교는 전인교육을 실질적으로 행하는 곳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자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곳이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까지 합니다.
중학교 시절 학부모와 학생들의 궁극적인 목표 중의 하나는 과학고, 영재고, 외고, 자사고 등과 같은 특목고로의 진학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이 같은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의 학교를 찾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들 특목고의 전형 기준에 품성이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것과 일단 특목고에 합격하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행동과 태도가 완전히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 많은 특목고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회의 리더들을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라면 사회에 방점을 찍는 기준으로 전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란 더불어 사는 사람의 집단이고 리더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 구성원이 느끼는 행복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적어도 특목고가 사회의 리더를 양성하는 곳이라면 더불어 사는 집단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이나 품성을 우선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런 곳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대부분은 학교 성적을 최우선시 합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성적만 받으면 되고, 인성과 품성은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더불어 사는 집단에 해가 되는 태도와 행동을 해도 성적만 좋으면 특목고에 진학하는 예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특목고에 합격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태도와 행동이 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목고에 지원하기 전까지는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이고 자신들의 행실도 조심하는 티가 납니다. 하지만 특목고에 합격하고 나면 학교의 규율은 무시하고, 수업시간에 의도적으로 딴 짓을 행하고, 선생님의 지도에 저항합니다. 학교가 전인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일말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합니다. 중학교에서 원하는 궁극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생각 밖에는 없다는 듯이 말이죠. 학교가 좋은 특목고를 가기 위한 중간 과정 정도로 밖에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행동과 태도는 학생들만이 아닙니다. 학부모도 그렇습니다. 자녀가 특목고에 진학하고 나면 더 이상 선생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회피합니다. 특히 품성에 대한 문제로 대화를 할라치면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비아냥 투의 얘기를 합니다. 이미 중학교에서 원했던 궁극의 목표를 획득했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은 도움이 안된다고 보는 것이겠죠. 이미 중학교에서의 과정은 종료된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중학교 선생님은 이미 선생님이 아닌 거겠죠. 물론 그들이 이런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나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너무 자주 보게 됩니다. 특목고 합격 전에도 그런 동일한 태도와 행동을 했다면 이런 생각이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긴 인생살이에서 어떤 모습을 가진 사람이 성공할 지, 어떤 태도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존경을 받을 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성공이란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사회 속에서 유지되는 것이라면 사회를 우선하는 사람이 우대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목고 전형에서 이런 기준이 중요한 척도로 감안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특목고에 합격을 했다 해도 나머지 시간을 더불어 사는 집단의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행동하고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제도와 관심, 그리고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목고도 결국 더불어 사는 집단이고, 그들이 그 과정을 잘 마치고 나와서 가는 곳도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시작이 학교를 전인교육을 하는 기관으로 만드는 하나의 방법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