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남편과 아내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합니다.
먼저 아내는 스트레스를 말하는 것으로 풀려고 합니다. 결론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도 그 스트레스 인자에 대해 누군가 들어주기만 하면 그 대화의 과정에서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가 있습니다. 아내가 과정 중심인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아내의 특성을 남편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남편은 결과 중심적인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결론이 없이 이야기만 한다고해서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내가 스트레스를 얘기할 때면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하나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에게 자신이 무엇인가 획기적인 것을 해주지 못한 스스로의 무능에 화가 치밀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가 더 열심히 사회생활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지만 그런 그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지 않는 아내가 야속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내의 스트레스 인자를 남편의 시각에서 분석하여 결론을 내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조언을 주고, “그런데 자기에게도 문제가 있는데…”라는 하지 말아야할 말을 해버리고 맙니다. 아내는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남편이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랄 뿐이지만 남편은 남자의 시각으로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결론을 제시하려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화가 났을 때 대응하는 방법도 각기 다릅니다. 아내는 화가 나면 먼저 자신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리고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는 그 뒤에 생각합니다.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남편이 먼저 알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는거죠. 아내는 먼저 말하기 보다 남편이 질문을 해줘야 자연스럽게 자기가 왜 화가 나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힌트를 줍니다.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과장된 행동을 합니다. 시끄럽게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도 유난히 소리를 크게 내고 오래한다거나, 괜히 남편 앞을 서성거리거나, 남편을 포함한 가족을 아는 척도 하지 않거나, 밥을 같이 먹지 않는다고 하거나 등의 방법으로 자신이 화나 있으니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묻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물어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두어번 얘기합니다. 그러나 정말 남편이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더 묻지도 관심도 가지지 않으면 더욱 화가 치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내는 이렇게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미워 죽습니다. 이럴 때 남편은 묵묵히 아내가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한 신뢰가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고 아니라고 쌀쌀맞게 굴면 인내를 가지고 아내의 옆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행동들을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내로 하여금 남편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갖게 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쯤인가 무슨 일인지 나에게 얘기해보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가 얘기하면 변명이나 대꾸를 하지 말고 아내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맞장구를 치면 됩니다. 얘기를 하는 도중에 아내의 화는 풀어지기 때문이죠. 아내는 감정을 통제할 줄 알고 자신의 말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섬세한 남편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화가 나면 다릅니다. 존 그레이의 ‘화상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의하면 남자는 화가 나면 동굴로 들어간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정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습니다. 남편은 남자입니다. 남자는 자신 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이 화를 내는 이유를 성찰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화를 내는 것과 화를 내게 만든 원인 간의 인과관계를 혼자서 정리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남편의 특성을 모르는 아내는 남자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들어갈 수 없도록 계속 끌어 당깁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를 할 따름인데도 이 사실을 모릅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은 대화로 풀어야 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자리를 피하는 남편의 모습은 자신과의 대화를 회피하는,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남편에게 나와서 얘기하자고 다그칩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잠시 시간을 갖고 정리할 요량이었는데, 아내가 계속해서 얘기를 하자고 다그치면 그것 때문에 더 화가 치밀게 됩니다. 당초 화를 나게 한 원인은 잊어버리고 자신 만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아내의 몰이해에 더욱 더 화가 나는거죠.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악화되는 사태로 진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내는 남편이 화가 나면 남편 스스로 얼마 동안을 시간을 갖고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남편이 화가 났을 때뿐만 아니라 아내 자신의 얘기를 할 때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대화할 기분이에요? 내 얘기를 들어 주기만 하면 되는데 가능하겠어요?’라고 물어보는거죠. 왜냐하면 대화를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잘 들어줄 자세가 되어 있는 남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남편과 아내는 여러 가지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를 해야 내 남편이 내 아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렇다고 남편이 아내가 되고, 아내가 남편이 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될 수도 없지만 그것은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본연의 역할과 특성을 보유하면서 상대가 가진 내가 알 수 없는 특성들을 이해한다면 사랑이 유지되는 행복한 생활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장애가 아니라 충족과 보완의 원천이고, 그것을 해 나가는 과정이 결혼 생활이자 사랑의 실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