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가장 서러울 때?’라는 제목으로 세 가지를 뽑았는데요. ‘첫 번째는 자식이 친구 아빠와 비교할 때, 두 번째는 내가 집에 왔다는 걸 아무도 모를 때, 그리고 세 번째는 밥 먹는데 아이반찬이라고 못 먹게 할 때’라고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이니 만큼 다소 유희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겠지만 그저 웃어 넘기기에는 씁쓸함이 묻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이 설문에 대한 답변은 세 가지로 구분해 놓았지만 결국은 한 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바로 아빠로서의 존재가치에 대한 몰인정이 그것이죠. 존재 그 자체로서 인정을 받지 못할 때 아빠는 가장 서럽다는 것입니다. 친구 아빠와 비교하는 것은 우리 아빠를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고 가진 것, 얻은 것, 벌은 것 등을 기준으로 비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말합니다. 존재에 대한 인정이 없는 거죠. 집에 왔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 역시 외연적으로 드러난 상황일 뿐 그 내면에는 존재에 대한 인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이반찬이라고 못 먹게 한다는 것도 아빠의 존재가 아이보다 후 순위로 밀려난 것이라는 존재와 위상에 대한 몰인정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대대로 집안의 가장으로서 그 존엄을 누려던 아빠들이 왜 이렇게 존재 가치 자체가 흔들릴 정도가 되었을까요? 아빠 본인들의 책임도 크지만 인정을 하는 주체인 아내들의 책임 역시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을까요? 이런 논제가 나오면 양비론이 최선의 문제파악 결과인 것처럼 얘기하거나 누가 먼저 잘못을 했는지에 대한 귀책이 시제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도 잘못이 있지만 상대방의 특정 행동이 특정 태도가 먼저였다는 식의 자기방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개별적인 상황이 다르니 이런 주장도 곱씹어 문제를 해결하는데 참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우선적으로 아빠를 아빠로 인정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아내들도 아내 자체로서 인정을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