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산다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인생의 목표도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삶의 고민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로 파생되며, 그 고민의 치유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는 정의는 우리의 이러한 삶의 여정이 모든 사람에게 범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가장 많은 신경을 기울입니다. 만남에 신중을 기하고, 가능한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그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가능하면 그들과 갈등을 갖지 않으려고도 노력하고, 우리가 가진 무한한 이기적인 욕망도 스스로 억제합니다. 갈등을 갖거나 우리가 가진 무한한 이기를 추구하다 보면 관계는 금이 가고, 자칫하면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을 살면서 체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주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갖게 됩니다. 그것도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말이죠. 원하지 않는데도요
어떤 갈등은 그 원인이 누군가에게 있는지 명확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느 일방의 책임이라고만 말하기 어려운 갈등입니다. 설혹 어느 일방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해도 그 진행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개입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책임의 소재를 다툰다는 것이 무의미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도 갈등을 완전하게 봉합하거나 애초에 갈등이 없었던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칫하면 그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았던 관계가 와해되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관계에서 갈등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라고, 그 갈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그리고 그 갈등의 책임을 찾기 보다는 이후의 과정에 더 신경을 쓰라고. 관계의 와해는 갈등 그 자체보다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면서…
가족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고 좋은 관계만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정말 갈등을 원하지 않는 관계이지만 그 사랑의 깊이만큼 갈등도 많이 생기고, 치유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족간에 갈등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책임을 추궁하는데 신경을 써서 관계를 악화 혹은 와해 시키기 보다는 그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