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분노를 느끼는 비등점은 각각 다르다고 합니다. 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도 누구는 가만히 있는 반면 누구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분노 자체를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리고 분노를 드러내는 사람이야 그 이유가 있겠지만 그 분노의 대상인 사람에게는 분명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원인을 제공했던지 누군가로부터 분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체적으로 분노는 대인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가기 보다는 파괴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분노를 쉽게 드러내는 사람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삶에 있어서 옳고 그름을 중요시 하며 옳고 그름에 대해 이분법적이고 절대적인 정의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둘째, 자신이 가진 선과 악의 기준을 다름 사람에게도 강요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가진 선을 절대선으로 간주하고 다른 사람도 그 선에 따라야 한다는 계율을 엄격하게 강요한다는 것이죠.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이 계율을 어겼다고 생각할 때에는 과장된 평가를 내린다고 합니다. 자신이 정한 규율을 어긴 경우 ‘이런 일은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짐승만도 못하다’라는 식으로 과장하여 판단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따라서 그 상대방을 강력하게 처벌하게 된다고 합니다. 짐승만도 못하니 당연히 그에 합당한 엄격한 처벌을 수반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특징의 분노를 분출하는 사람들은 특히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그 잣대를 더 엄격하게 들이댄다는 사실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더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선과 악의 기준을 더 강력하게 강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기준에 따른 선의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입니다. 그래서 가족간에 더 큰 분노가 발생하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이고, 보호해야 할 사람이고,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부부 간에는 물론 부모 자식간에도 이런 일을 자주 발생한다는 거죠.
분노를 하는 가족의 누군가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 분노의 대상인 다른 가족은 감정이 먼저 상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의 계율이 아무리 좋더라도 분노를 드러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먼저 분노를 잘 느낀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가진 엄격한 선과 악의 기준이 과연 절대적인가를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 기준에 따라 사랑하는 다른 가족에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정은 분노의 표출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