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 좋은 부부관계라고 알고 있지 않나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솔직해져야 하고,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니 당연히 모든 것을 솔직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오늘 일간 신문의 하나에 ‘부부의 거리, 이상적인 거리는 얼마일까?’라는 내용의 기고문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 일부를 소개하려 합니다.
(---(전략)--- 우리 부부는 잠들기 전 늘 베드토킹(Bed talking)을 한다. 하루 있었던 일들과 감정을 털어놓는 시간이다. 어젯밤 남편에게 조용히 물어봤다. 당신은 나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다고 생각해? 남편은 조금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냐고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다. 부부도 결국은 인간을 바탕으로 하는 관계인데, 솔직함이 언젠가 독으로 작용할까봐 두렵다고.
우리는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얼마든지 상냥해지고 솔직해질 수 있다. 그러나 평생을 봐야 하는 사람에겐 도리어 거리를 의식하고 조심스러워진다. 솔직해진다는 것은 의외로 상대에게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아끼는 이유는, 그 관계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부부로 살아가면서 말을 덜해서 후회하기보다 더해서 후회한다. 이미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어느 한쪽이 홀로 남겨졌을 땐, 분명 하지 못했던 말들을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후회는 남는다. 어쩌면 부부의 진정한 의미는 남녀 관계를 최대한 좁힌 결과물 그 자체가 아닌, 가장 이상적인 거리를 만들어나가는 장기적인 과정과 노력에 있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을 공유하는 부부와 적당히 속마음을 남겨두는 부부. 어떤 것이 더 나은 그림인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앞으로 살아가다보면 나 혼자 묻어두고 싶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공유하고 털어놓지 못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나누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려는 노력 또한, 비밀 못지않게 부부가 나눌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부부사이에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생각해 보게 하는 글 같습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때론 솔직함이 상대에게 책임과 부담감을 줄 수도 있다는, 그래서 솔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부의 한 당사자에게 사랑이 식었다고 몰아부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부부간은 최대한 가까워진 거리의 결과물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이상적인 거리를 찾고 그 거리를 유지해 나가는 장기적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은 늘 밀착만 있어서는 안되고 밀착과 분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