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종편의 한 인기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주제로 패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방송이었습니다. 주된 패널이 여성인 관계로 자신들이 주변에서 겪은 다른 여자의 시기심이나 질투의 대상이 되었던 경험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명 자산관리사라는 유모씨는 자녀의 학부모로서 겪은 경험을 얘기하였습니다. ‘학부모로서 전업 주부의 정보력은 일하는 엄마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학원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기본, 학교 교사가 좋아하는 케이크가 뭔지, 무슨 백화점 식품관에 있는 과일을 사가면 좋아하는지 등이 철저한 비밀 정보다’, 심지어 ‘학부모들끼리 모여 선생님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데 자신은 그 모임에 낄 수가 없었다’ 등의 언급을 하였습니다.
극히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얘기라고 하지만 일선에서 교사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실로 불쾌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의 이야기는 학교 선생님들은 학부모님들로부터 선물이나 챙기는 사람들로 곡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명품’가방을 학부모님들이 모아서 산다는 얘기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생활을 십 수년 했지만 주위의 어느 선생님이 학부모에게서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경험한 적도 없습니다. 학부모님에게 좋아하는 특정의 과일이며 케이크를 암시하거나 말하는 선생님 역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분이 직업적으로 얼마나 성공을 하였는지, 어떤 전문적인 식견을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서 자신의 극히 개인적인 경험-그것도 사실인지 모르겠으나-을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것만으로 그가 교사에게 가진 편협되고 곡해된 관점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할 따름입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주제 하에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이 느낀 가장 커다란 좋지 않은 경험일텐데 그렇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이러한 사고를 가지신 분이 자녀를 어떻게 학교에 보내고, 자녀에게 선생님의 존재는 어떻게 가르칠까요? 그리고 이런 얘기를 방송에서도 공공연하게 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가진 직업적 전문성이 바탕이 되어 방송 출연을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의 직업이 존귀한 만큼 적어도 다른 사람의 직업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더불어 분명 ‘전업주부’도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구요. 이 분의 얘기에 따르면 전업주부라는 것이 왠지 부당한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로도 치부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