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종편의 인기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결혼생활에 대한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아내들에게 배우자를 떠올렸을 때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에 대해 ‘무덤덤하다, 지겹다, 로맨스가 없다’와 같은 내용이 1위 답변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 설문조사를 언급한 패널은 이러한 이유로 아내들이 외도의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얻지 못한 친절함과 따스함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느낄 때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낭만과 열정으로 시작된 애정이 완성되는 의식이 결혼이라고 한다면 그 의식으로 시작되는 결혼생활은 낭만과 열정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무덤덤해지고 지루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그러한 관계 속으로 자신을 던지지 않을테니까요.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결혼은 당사자가 스스로 선택한 결정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대부분 연인관계에서 느꼈던 애정의 깊이와 넓이를 더 확대하고 심화시키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확신 때문에 하게 됩니다. 물론 그러한 생활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도 가지고 있고 말이죠.
그런데 많은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기대는 현실화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종편의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낭만과 열정의 깊이와 넓이를 확대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이 왜 무덤덤해지고 지겨워지기까지 할까요? 결혼이라는 것이 극히 사적인 관계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도 극히 사적이고 다양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질문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계로 흐를 동안 결혼생활의 두 주체 중 과연 어느 한 사람의 잘못만으로 형성되어 왔을까라는 질문입니다.
대부분은 이러한 상황을 형성한 책임을 상대에게 귀인합니다. 그런데 배우자를 떠올렸을 때 느낀다고 하는 지금의 무덤덤하고 지겹고 로맨스가 없는 관계가 과연 상대 배우자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상황이라 이러한 질문이 해당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배우자를 생각하면 무덤덤하고 지겹고 로맨스가 없다고 느낀다면 이러한 질문을 먼저 던져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관계는 두 사람의 상호작용의 결과이고 그 한 축은 분명 우리 스스로의 역할도 있어왔고 있을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