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희망하는 가정이 있습니다. 약간은 서로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족 서로 협력하고, 함께 공유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안락하고 행복한 가정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정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분란이 더 많고 갈등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어느 다른 사람보다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다른 가족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다른 누구에게서 보다도 훨씬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건강한 가정, 건강한 가족- 원하면서도 잘 안된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개념을 이해하고 실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건강한 가정, 건강한 가족을 특징짓는 것으로 자아분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아분화(ego differentiation)는 자신과 타인을 분화시키는 동시에 사고와 감정을 분리시킬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다른 개체를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와 감정도 분리해서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능력입니다.
건강한 가족에서의 자아분화는 가족 구성원간에 정서적 유대화 적정한 응집력을 지니는 동시에 구성원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잘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족원이 서로 지나치게 정서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면 개인으로서 가족은 자주적인 정체감을 지니지 못하고 타인의 요구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자아분화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 가족에서는 가족원이 서로의 일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개인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다른 가족원에게 투사하거나 전달함으로써 과도한 감정반응을 유발하게 됩니다. 사랑으로 인한 간섭이지만 독립적인 자아를 찾을 수 없는 가족은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부담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아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에서 성장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의존적이거나 회피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부모와 자녀 간에 심리적 분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자녀는 사회생활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성숙한 사회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에서 자아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하는 모습과 다른 자녀를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학교에서 성장기 아이들을 보면, 그리고 그 부모님들을 보면 적지 않은 가정에서 이와 같이 자아분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각 가정의 고유 생활방식에 기인되고 가르침 역시 개별 가정의 독특성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조언을 주거나 관여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설혹 조언을 주어도 무엇이 잘못인지 잘 모르고 받아들이지도 않기도 하구요.
따라서 가족이 스스로 이해하고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우리 가족은 건강한 가정, 건강한 가족을 원하면서 자아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