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현장체험 활동을 나갔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을 현장에서 체험함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의 활동으로 3개 반이 함께 움직였습니다. 해당 주제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현장이 경기도 북부에 소재하고 있어 버스를 대절해서 그곳까지 가는 다소 긴 여행이었습니다. 일찍 찾아온 무더운 날씨가 장애가 되었지만 미룰 수 없는 학습과정이었습니다.
학교를 벗어나 야외로 떠난다는 것에 학생들은 다소 들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는 길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체험활동의 현장에 다다라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체험활동의 현장은 버스에서 내려 약 10 여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현장의 책임자가 설명하는 곳도 외부이다 보니 더웠고, 견학의 목적지 역시 더웠습니다. 더운 날씨로 학생들은 주의가 분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기대했던 학습의 목표를 얻는 시간을 가능한 짧게 가져갔습니다. 시간보다는 주제에 대한 학습을 우선으로 시간을 조율하였습니다. 주제에 대한 설명과 현장에 대한 견학을 마친 후 곧바로 버스에 탑승토록 하였습니다. 버스 안의 냉방으로 더위로 인한 피곤을 달래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자 함이었습니다.
일단 버스로 들어가 휴식을 취한 후 학생들에게 잠깐의 하차를 요구하였습니다. 현장활동을 기념하기 위한 단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반의 학생들은 예외없이 모두 하차하여 함께 단체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3개 반 중에서 한 개 반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단체촬영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중간 휴게실에 들렀을 때 옆 반 선생님으로부터 이 사실을 들었습니다. 단체사진 촬영시간에 버스 안에서 쉬고 있던 학생들에게 버스 하차를 요구하자 대부분의 그 반 학생들은 사진 촬영에 임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6명의 학생은 버스에서 하차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수 차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들은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단체 활동에서 무리를 벗어나 가게에서 차가운 음료수를 사서 버스 안에서 마시면서 하차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느 정도 쉬었고, 단체촬영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었고, 선생님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버스가 출발한지 채 15분도 되지 않아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던 6명의 친구 중에 2 명이 해당 선생님을 찾아와 버스를 세워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많이 마신 음료수 덕분인지 화장실을 가야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생리적인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모습에 당해 선생님은 심한 실망을 하였다고 했습니다. 어렵지도 않은 단체활동에서는 개인적인 편안함으로 동참하지 않다가 개인적인 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모든 사람의 시간을 뺏어도 된다는 그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말이죠.
화장실이 급한 것은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될 나이이고, 무엇보다도 어떤 상황이든 개인적인 편의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가는 피해 쯤은 상관도 하지 않는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저 또한 같은 씁쓸함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이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학생이라는 것은 향후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회인-더불어 사는-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함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학생들을 보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와는 동떨어진 언행을 일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학교와 선생님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요? 학교와 선생님은 같은 수준의 가르침을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그것도 학교에 나와있는 길지 않는 시간에. 개인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개인 편의만을 위한 일부 학생들의 일탈된 행동이 과연 학교와 선생님만의 가르침의 영향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더 많은 영향을 받는 부모님의 가르침은 이러한 행동에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