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을 대상으로 소위 ‘사랑의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이 자신이 착용했던 교복을 신입생과 재학생들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교복은 졸업생으로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신입생이나 재학생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지 않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교복 물려주기 운동은 물려주는 졸업생에게나 물려받을 후배들에게나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졸업생들은 나눔 문화를 체감하며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반면 교복을 물려받을 후배들은 가계부담을 경감하여 금전적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이 후배에게 전하는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목적을 가진 교복 물려주기는 순수히 자발적인 참여입니다. 강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원하는 사람만 하는 것이지만 위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스스로 체감하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소위 마음이 좀 붕 떠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긍정적인 캠페인을 전개해도 그다지 호응도가 높지 않습니다. 자발적인 참여이기는 하지만 여러 차례 공지를 합니다. 잊지 않고 캠페인에 가급적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지요.
몇 차례의 안내에 학생들의 일부가 교복을 가져옵니다. 대부분 교복을 빨아 접어서 가져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죠. 그러데 한 학생은 세탁소에서 방금 배달 온 모양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옷걸이에 비닐로 된 세탁망까지 온전히 가져온 것이죠. 매우 희귀한 일이라 물어 보았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제출했는냐고 말이죠. 그랬더니 자신이 선배에게 교복을 물려받을 때를 상상해 보았더니 이런 형태로 받는 것이 최고로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아 그랬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더니 학생의 어머니가 세탁소에 맡겨 오늘 아침 찾아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특한 생각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먼저 이해하고 행동한 것이죠. 평소 학교생활도 반듯한 학생이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배려를 실행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이 학생은 이미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성공적으로 입학을 한 학생입니다. 실력도 있는거죠. 이렇게 남을 위한 배려심을 가지면서도 실력이 있다면 장래가 촉망될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날 한 학생은 자신이 입었던 교복을 빨지도 않고 그냥 둘둘 말아서 선생님에게 주었습니다. 선생님이 적선을 받는 거지도 아닌데 그 모양 그대로 툭하고 교탁에 던지고 갑니다. 그 학생을 불렀습니다. 이런 형태로 네가 선배에게 교복을 받으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왜요?’라는 짧은 반항기 가득한 대답이 돌아 옵니다. 교복 물려주기를 왜 학교가 할 것 같으냐고도 물어 보았습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뭐가 문제가 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교복 물려주기 운동은 최소한의 실행으로 남을 배려하는 나눔의 운동입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깨끗이 세탁하여 옷걸이 채로 가져온 반면 어떤 학생은 빨지도 않고 둘둘 말아 툭하고 던지고 갑니다.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마감이 아니라 새로운 더 크고 어려운 세상으로의 진출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렇게 맞이할 새로운 세상은 남을 배려하고 남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사랑받는 곳이 아닐까요? 그러한 여러 차례의 세상을 거쳐 비로서 성공이라는 곳에 도달하기까지는 부모들의 올바른 가르침이 동행해야 되지 않을까요? 남의 관점에서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가르침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