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녀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합니다. 그 누구도 이 명제에 이의를 달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적지 않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중요한 만큼 다른 집 자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자녀와 다른 자녀가 함께 연루되어 잘잘못을 가르는 상황이 벌어지면 다른 집 자녀는 크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녀의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우리 자녀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들의 모습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생물학적 심리적 정서적 유대감이 강한 우리 자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자체를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 학생의 부모가 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자신의 자녀가 다른 학생 몇 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괴롭힘을 주는 몇 명 중에서도 특정 학생을 지칭하며 그 학생으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과 개별 면담을 가졌습니다. 괴롭힘을 당했다고 부모가 주장한 학생, 그리고 그 학생에게 괴롭힘을 주었다고 거론된 학생은 물론 나머지 모든 학생들에 대해서도 면담을 하였습니다. 상황은 어느 일방의 주장만으로 접근하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학생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파악한 내용은 학교를 찾아온 부모의 주장과 사뭇 달랐습니다. 자녀가 하는 말에만 의존하고 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상황을 해석하여 일방의 주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 벌어진 사실을 객관적인 관점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황은 벌어진 사실(fact)만을 근거로 해야 동일한 상황에 따라 억울한 피해가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자신의 자녀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재해석한 추론에 부모 자신들이 가진 자녀에 대한 사랑과 화가 더해져 실제로 벌어지지도 않았던 내용을 기정 사실로 주장을 하는 것은 일방적 주장으로 해결과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접근은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원치 않는 상황을 계속해서 맞닥뜨리게 될 터인데 그럴 때마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녀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 자녀의 시각으로만 상황을 보게 되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사회에서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해야 할 우리 자녀가 세상을, 그리고 상황을 바라보는 눈을 편향되게 갖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보는 시간은 학교생활에서 형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루 자녀가 연루된 원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 무엇보다 먼저 사실(fact)을 보시려는 노력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자녀를 성숙한 시민으로 만드는 지름길이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