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가 아닌가 합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을 했을 정도입니다. 오래 전부터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부모가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하여 왔습니다. 가진 것 없는 환경을 벗어나 사회적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희망이 교육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모 세대에는 어렵고 힘들게 살아도 자식만큼은 그러한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바람이 자녀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졌습니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유일한 희망이었고, 그 희망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들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은 부모님이 수행하여야 할 일생에 걸친 가장 중요한 의무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자괴심에 빠지기도 하고 자식들 볼 면목이 없다는 자격지심을 갖기도 합니다. 자식들의 성적이나 상급학교로의 진학으로 자신들의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식들을 탓하기 전에 부모님 본인들의 부족함을 먼저 탓합니다. 자식의 교육적 성취는 부모님의 의무 이행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사고에 의한 것이었죠. 그러니 당연히 교육열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곧 의무의 성실한 이행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높은 교육열이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본적인 것은 교육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아닌가 합니다. 교육은 본래 사람 자신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깨닫게 하고,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하고,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게 하고, 그것을 위해 수행방법과 교류 및 처세의 방법을 쌓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 교육은 대체로 자신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그리고 세상은 어떤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깨닫게 하는 것 보다는 직업을 얻기 위한 과정에만 천착되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누구인지, 세상은 어떤 곳인지, 세상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시간은 배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보다 좋은 직업, 보수가 많은 직업,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에 편향되게 이루어져왔고 부모님들의 관심사도 대개는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갖는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죠. 따라서 그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합니다. 그 명징한 사실을 자녀에게 세뇌시킵니다. 그와 관련된 내용만 주입시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판단하고 깨닫는 시간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교육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education입니다. 이 단어는 라틴어 educare에서 유래된 ‘e’의 ‘밖으로’와 ‘ducare’의 ‘끌어낸다’가 합쳐진 합성어로 ‘끌어낸다〔引出〕’•‘이끌어낸다〔導出〕’라는 뜻입니다. 부모가 가진 생각을 일방적으로 세뇌하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교육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끌어 내야 하는 잠재력의 처음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어떤 곳이고, 나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교육 본래의 의문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독립적 주체로서 자아를 찾고 그 바탕 위에서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교육 본래의 과정이지만 우리는 이 중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직업과 관련된 내용만 주입을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독립적 주체, 사유하는 자아는 사라지고 지시에 따르는 종속적인 객체만을 양산하는 모양새가 되고 맙니다. 부모님들이 진정으로 바라지는 않지만…
부모님들의 높은 교육열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이 무엇인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먼저 헤아려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교육을 통해 진정으로 바라는 자식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