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병원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자녀에 대한 수혈을 거부하고 있는 부모를 상대로 ‘수혈을 막을 수 없도록 해 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내용인즉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3세 어린이가 혈소판과 혈색소가 감소해 응급수혈이 필요한 상태인데 그의 부모가 특정 종교에 대한 신념으로 수혈을 막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미성년자이고 의사표명을 못한다고 해서 부모의 종교적 신념으로 치료에서 배제될 수 없다고 소장에 언급했다고 합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누군가가 어떤 종교를 믿는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종교생활은 철저히 개인의 절대적인 자유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 종교가 어떤 교리를 갖고 있는지 역시 다른 사람이 논할 바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종교의 근원이나 교리가 과학이 입증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해도 이를 일반적인 잣대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과학은 진보 중이고 과학이 입증할 수 있는 영역에는 분명 여전히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 종교생활을 이유로 생명과 직결된 과학(의술)을 믿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믿고 있는 현상이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것들이 있지만 이를 존중하는 것처럼 종교적인 믿음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과학의 영역 역시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1년 몇 개월 전 특정 종교의 목회자 부부가 자신들의 세 자녀가 병에 걸렸을 때 굶기고 때려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힘만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결국에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고 뉴스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또 서울대병원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교생활이 내세생활에만 초점이 맞혀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세에서의 올바르고 행복한 삶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학을 인정하거나 믿지 못하고 종교적인 힘에만 의지하여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녀의 생명을 잃는 것이 과연 현세의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삶이 내세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희생이 될까요?
종교생활을 뭐랄 수는 없지만 소중한 생명, 그것도 펴보지 못하고 생을 달리하는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