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가족간에 원활한 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하고 원하는 만큼 잘 이루어지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혼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남편이나 아내가 각각 자신들의 일로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되면 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자녀와의 대화가 바라는 만큼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가족간에 꼭 필요한 것임에도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 괜한 오해와 갈등이 생기고,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에 무엇인가 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가족간의 대화가 원하는 만큼 안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대화를 기능적으로만 하기 때문입니다. 가족간의 대화는 전달되는 내용에 따라 기능적 대화와 정서적 대화로 나뉩니다. 기능적 대화는 가족이 가진 고유 역할에 기반하여 기본적인 내용을 주고받는 것으로 주로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진 대화입니다. 따라서 이 대화는 서로 상의하고 요청하고 지시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정서적 대화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호감, 애정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과 분노, 적개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내용의 대화입니다. 기능적인 대화와 달리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대화입니다. 가족간 대화를 하지만 무엇인가 원하는 수준으로 원활하게 되지 않는 대부분은 이 두 가지의 대화 중 주로 기능적인 대화만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기능적인 대화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 개개인의 역할에 따른 최소한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가족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적인 대화만 오고 간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가족은 세상에서 감정을 공유해야 할 가장 일차적이고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이고 가족의 응집력은 정서의 교감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서적 대화의 경우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가족의 응집력을 공고화하는데 필요한 과정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경험이 가족을 넘어선 다른 사람과의 소위 사회생활에서의 기준점이 됩니다. 가족과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정서교류는 관계의 확장성 속의 사회에서 기본이 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서적 대화는 기능적 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효율을 중시할 수 있는 기능적 대화는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가 있는데 이 때 정서적 대화가 충분히 밑받침이 된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의 대화가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구성원 간에 기능적 대화만 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서적 대화를 넓혀가야 합니다. 부부간의 정서적 대화는 서로가 먼저 시작하여야 하지만 부모 자식간에, 특히 사춘기에 접어 든 자녀를 둔 가정에서 정서적 대화는 부모가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사춘기 자녀들은 가족과는 기능적 대화만 하려 하고 정서적 대화는 또래집단에서 만족하기 때입니다.
기능적 대화 이상으로 정서적 대화가 원활하여 가족이 가족다운 모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