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현장중심의 학교폭력 대책' 방안을 마련했다고 뉴스가 전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책은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부 기재 방침이 완화된 것입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의 폭력 기록은 5년간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현행 기준이 2년으로 축소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반성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졸업 후 곧바로 삭제할 수도 있게 한다고 합니다.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에 대한 사후 징벌이 아니라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을 전환하는 일환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폭력 가해 사실을 졸업 후에 삭제한다해도 진학처리는 졸업 전에 끝나기 때문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가해학생이 반성하면 학생부에 기재된 사항을 삭제해준다고 하지만 반성의 기준도 모호하여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해학생의 입장만 고려된 정책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가해학생의 학교폭력 기록은 2년 후에 삭제될 수 있지만 그 폭력의 피해자의 상처는 폭력과 피해자의 성향에 따라 평생을 따라 다닐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방안이 누락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더 어루만지고 보듬어야 하는 측면인데도 말이죠.
학교폭력이 발생한 이후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첨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에는 백 번 동의합니다. 하지만 발생한 폭력에 대한 처리도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은 성장기에 있다 보니 그 폭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피해자가 받아야 할 상처가 무엇인지 등을 헤아리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강력한 처벌만으로 이러한 경향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학생부 기록 완화와 같은 내용만을 강조하다보면 학교 폭력에 오해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면 예방을 위해 어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프로그램들을 실행할 것인지, 그것들의 실행에서 기대되는 가시적인 효과가 무엇인지, 실행에도 불구하고 발행되는 폭력에는 어떠한 보완책이 있는지 등을 함께 제안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가해학생의 인권 못지 않게 중요한 피해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치유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반영한 대책이 균형있게 제시되어야 총체적인 접근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학교 현장에서 보게 되는 학교 폭력은 정부가 내놓은 몇 가지의 대책으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