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여행일 것입니다. 반복된 일상은 편안함을 주기는 하지만 때론 지루함과 따분함을 안깁니다. 그리고 그 지루함과 따분함은 반복된 일상에 무력감이 들게 합니다. 그렇다고 무력해진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생활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지루하고 따분하고 그래서 무력해진다고 해도 생활은 그곳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특정 시간 동안 그곳을 벗어나 지루함과 따분함을 잠시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여행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경험하지 않은 공간으로 시간으로 떠납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생경한 환경과 문화에 잠자고 있던 호기심을 깨우면서 일상의 지루함과 따분함을 잠시 잊어 버립니다. 새로움이 요구하는 적극적 관심에 순응하면서 활력을 느끼고 그 활력으로 그 동안 일상에서 느꼈던 무력감을 털어냅니다. 여행을 통해 소위 재충전을 한다는 얘기는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행은 늘 시간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길지 않은 시간만 허용됩니다. 긴 시간이 허용된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일상으로의 전환일 것입니다. 여행은 긴 시간의 일상을 잠시 벗어나는 것입니다. 잠깐의 시간 동안 일상에서 하지 못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것입니다. 늘 한정된 시간만 주어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시간 동안 그 여행의 목적을 얻고자 노력합니다.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취합니다. 물론 사전에 정하지 않는 여행도 있지만 많은 경우 정해진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허용된 짧은 시간 내에 원하는 휴식과 재충전, 그리고 경험을 위해 사전에 가능한 여러 정보를 얻습니다. 여행이 갖는 한정된 시간 내에 원하는 경험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책자를 통하거나 인터넷에 올려진 선경험자들의 경험을 정보로 얻습니다. 어디를 가고, 어디에서 숙박을 하며, 어떤 것을 먹고, 무엇을 보아야 하며, 어떤 경험을 하고,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사전에 취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여로를 정합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으로는 최근 다녀온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오래 전에 갔다 왔던 터라 이번 제주 여행은 개인적으로는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처럼 사전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여로를 정하고, 마물 것도 예약하고, 맛보아야 할 음식도 마음 속으로 정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여로에 따라 일상의 탈피를 실행하였습니다.
한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하기 전 인터넷에서 얻었던 정보에 대해 지나치게 맹신을 했다는 것입니다. 숙박은 커다란 문제가 없었으나 먹거리에서 정보와 실제가 너무 달랐던거죠. 물론 먹거리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만족도가 각각 달라서 이전에 최고의 만족, 강추와 같은 단어로 현혹했던 선경험자들이 잘못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갔던 곳의 일부 먹거리는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반복의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이란 먹거리에서의 경험도 반복의 일상과 차이가 있는 것이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여행지의 일부 먹거리는 반복의 일상에서도 가장 꺼리게 되는 수준의 품질과 환경으로 우리를 맞고 있었습니다. 여행객이라는 것이 스치듯 지나가고 마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행지라는 프리미엄으로 가격은 높게 책정하면서도 일상에서도 사서 먹고 싶지 않을 정도의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환경으로 버젓하게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을 포장하여 엄청난 곳의 새로운 먹거리인냥 인터넷에 글을 올려 찬미하는 사람들이 있구요.
아무튼 여행은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충전을 위한 짧은 시간의 경험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적인 한계를 보상받기 위한 선행 작업으로 선경험자들의 정보를 얻고 이를 감안하여 여로를 선택합니다. 개인마다 주관적인 관점이 있기 때문에 객관화하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나눌 때 과도한 포장과 과장은 없는지 헤아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