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사람의 입장과 듣는 사람의 입장이 완전히 다른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이 잔소리가 아닌가 합니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얘기 모두가 듣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귀찮고 도움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전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에게는 조언이고 충고이지만 듣는 사람은 그저 푸념섞인 잔소리에 불과합니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스트레스 해소 정도로 밖에 치부하지 않습니다. 경청은 커녕 짜증이 밀려옵니다. 듣기 싫습니다. 다만 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신분상 높은 지위에 있거나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듣는 척을 할 따름입니다. 이것이 잔소리입니다.
이러한 잔소리가 횡행하는 곳 중의 대표적인 곳이 가정입니다. 부부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세상의 그 어떤 관계보다 사랑하는 관계가 부부사이와 부모 자녀사이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갖는 태도와 하는 행동에 대해 조언과 충고를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가 갖는 태도와 하는 행동을 모른 척 지나칠 수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태도와 행동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그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주하게 되고 반복하게 됩니다. 원하는 태도와 행동을 위해 좋은 얘기를 함에도 바뀌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빈도와 강도를 더해 반복해서 하게 됩니다.
그러나 듣는 입장에서는 다르게 해석합니다. 처음 한 두 번은 조언이나 충고라고 인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복된 동일한 얘기에 그만 질리고 맙니다. 내가 갖는 태도나 행한 행동에 대한 반성 보다는 같은 내용의 얘기에 우선 반감이 생깁니다. 했던 얘기를 반복하니 이제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도 다 압니다. 내가 바뀌지 않아서 같은 얘기를 또 한다는 생각 이전에 반복된 얘기에 귀는 열지만 마음은 닫아 버립니다. 조언과 충고가 쓸데없는 잔소리라고 여기는 것이죠.
잔소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게 됩니다. 같은 얘기를 반복해도 듣는 사람의 태도나 행동이 바뀌지 않으니 또 하게 됩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바뀔 것이라고 기대를 합니다. 그나마 해야 자신이 가진 스트레스도 조금이라도 풀립니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습니다. 잔소리는 반복되고 억양은 높아가고 관계는 대화가 기능하지 않는 원하지 않는 차원으로 악화됩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듣는 사람의 태도나 행동의 변화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듣는 사람이 그 얘기를 듣지 않고 태도나 행동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소음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잔소리가 그렇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 내용을 태도나 행동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본질이 기능하지 않는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진심어린 조언이나 충고가 잔소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태도나 행동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의 것으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전달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듣는 사람이 이해하는지를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피드백입니다.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드백을 감안하여 그것이 왜 필요한지, 왜 원하는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여야 합니다. 만일 이 필요와 배경에 대해 충돌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피드백과 해결노력의 과정이 상호의 대화입니다. 일방의 강요가 아닌거죠. 누구도 하기 싫고, 듣기 싫은 잔소리가 사라지고 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