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종편의 프로그램 중에 연예인과 그들의 자녀들이 함께 나와 부모 자식간에 발생되는 갈등과 대화 등을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얼마 전 이 프로그램은 자녀가 나중에 결혼하면 부모를 모실 것이냐에 대한 주제로 자녀들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내용을 방영하였습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자녀들의 대부분이 사춘기에 해당하는 연령대가 많아 지금의 얘기가 이후에도 변함없는 굳건한 계획이나 결심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얘기를 단지 혼돈을 겪고 있는 나이 때의 분별없는 일과성의 얘기로만 간주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그들의 얘기는 분명 이제까지 함께 살아왔던 부모와의 생활 속에서 갖게 된 자신들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방송에 나온 거의 모든 자녀들이 이 주제에 대해 ‘결혼 후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다’고 답을 했습니다. 각각의 자녀들이 답을 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부모에게 당신들의 자녀가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자녀가 자신들을 모신다고 답을 하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자녀들은 모시지 않는 것으로 대답을 했으니 비록 지금 당장 확정된 계획은 아니지만 실망하였을 것은 분명합니다.
부모를 모시겠다고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시지 않는다고 대답을 하면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대답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이유가 한 가지가 있어 얘기를 해 보려 합니다.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답한 한 명의 자녀가 그 이유를 말했는데 대답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따로 사시는 할머니가 어쩌다 집에만 와도 부모님이 불편해하는데 나중에 어떻게 내 배우자와 항상 같이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부모는 가끔 방문하여 짧게 보내는 할머니와의 시간도 불편해 하면서 자기가 같이 살기를 바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부모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자녀들에게 최고의 가르침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얘기가 진실이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자녀에게는 자신들이 늙으면 모시고 살기를 바라면서 지금 연로한 자신들의 부모는 모시지 않는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비록 사고가 완벽히 체계화되지 않은 나이임에도 간파하고 논리를 만든 것입니다. 이런 논리적인 답변에 당해 부모가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답변에 대한 반대 논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즉 너무나 당연한 이유였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의 학습은 책이나 말로 하는 교훈보다도 부모가 동일한 혹은 유사한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고 행동과 태도를 보였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말로는 이렇게 하라고 강조하면서 실제 동일 혹은 유사한 상황이 되면 다르게 행동하는 부모를 보게 된다면 자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가치관의 혼란은 물론 솔선수범하지 않는 가르침을 공허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 부모의 말로 하는 가르침은 급격하게 신뢰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비록 그 불신을 내색하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이 방송에서 그 자녀가 했던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는 이유도 아마 평소에는 듣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성장기의 자녀는 약자이고 약자는 자신의 불신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합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 자녀가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았다고 그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자녀는 부모가 살아왔던 동일 혹은 유사한 상황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황들은 대개 연로해가는 부모와 관계된 상황들입니다. 자녀가 주체가 되고 부모는 객체가 될 수 밖에 없는 그 상황에서 자녀는 어떤 판단 기준으로 결정할까요? 지금 아직은 젊은 부모가 그들의 연로한 부모에게 하는 태도와 행동이 가장 큰 판단 기준이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