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마다 담임에게는 또 하나의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성적표에 전체통신문과 함께 학생들 개인에게 전달하는 개인통신문에 학생의 학기 행보 내용을 부모님께 알려주는 것입니다. 뭉뚱그려 쓰기도 하고, 칭찬의 일색으로 장식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안타까움을 누누이 꾹꾹 눌러 보내기도 합니다.
올 해에는 반 아이들에게 본인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각 몇회, 수업 시간 지적 몇회, 교문에서 걸린 횟수가 몇 번 등을 개인 통신란에 적는다고 미리 통보를 했었습니다. 그래야 받아 보는 부모님도 자녀가 고쳐야 할 습관이 있음을 인지하여 함께 노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아이들 역시 본인들의 행동을 가볍게 옮기지 않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학급에는 담임으로 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을 만큼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녀석도 있고, 마음을 많이 내 주어야 하는 녀석도 있고, 천양지차 각양각색의 인격체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여 하나의 개인통신문을 작성할 때에는 그 동안 메모했던 기록을 참고하여 그 나름의 장점과 고쳐야 할 단점의 쓴 소리를 교육적인 소신으로 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성적표가 전달 된 당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성적표의 내용에 대한 통화였는데 통화가 끝난 뒤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담임과 학부모간에 소통의 부재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곡해되고 오해가 되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과정’보다 ‘결과’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팽배한 사회에 살고는 있어서 간혹 지나친 모성애의 현장을 옆에서 지켜본 적은 많았지만 직접 겪어보기는 드문 일이었습니다. 늘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었고 그런 학급의 분위기를 나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학부모의 통화는 이러한 평소의 지론에 회의감이 들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개인의 교육적 헤아림에 대한 설명도, 궁극적 목표도 ‘결과’를 중시하는 모성애 앞에서는 그저 형벌이고, 하나의 기록물일 뿐이었습니다. 앞으로 가정에서 어떻게 합심해서 나쁜 습관을 바로 고치느냐가 주된 관심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 기록물이 남느냐 안 남느냐, 앞으로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느냐 안 받느냐가 주된 관심사인 학부모와 교육적 소신을 논하기는 관점의 차이로 인해 의미가 없었습니다. 원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소통의 부재를 어찌 상대방의 잘못으로만 탓할 수 있을까요. 나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는 반성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학기 학부모 총회 담임 시간에는 소통의 부재로 벌어진 이러한 틈을 메우기 위한 대화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과연 가능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