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9살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욕을 하다 엄마에게 뺨을 맞자 경찰에 신고했다는 소식입니다. 뉴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들에게 엄마가 “밥 먹어야지”라고 얘기하자 "×× 짜증 나네"라는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이 욕설에 엄마가 뺨을 두 대 때렸는데 이 아들이 112에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했다는 것입니다. 출동한 경찰은 아이를 격리시키고서 엄마를 연행했다는 것이 뉴스의 내용입니다.
모자 간에 그 동안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왔는지, 당시의 상황이 뉴스가 전하는 것 이상의 상황이 발생한 것인지, 뺨을 때렸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어는 정도인지 알 수 없어 이 내용을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사가 전하는 내용만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하나는 게임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부모에 대한 욕설 사용,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부모를 경찰에 신고한 것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로 분리해 보았지만 핵심은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부모 자식간에 발생할 수 없는 해괴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세 가지 관점에서 문제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게임에 대한 것입니다. 이미 수 많은 매체에서 어린이들의 게임 중독을 언급하고 그 폐해와 악영향을 말하고 있어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자녀의 게임 중독에 부모 책임은 없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전문가들은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부모 자식간에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정서적 교감이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게임에 중독되지 않는다는 거죠. 게임은 불만족스러운 현실 일탈의 가장 쉬운 방법이면서 현실이 주지 못한 결핍을 왜곡된 형태로 그러나 빠른 시간 내에 보상해주는 현실 도피의 한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현실이 안정되고 불만이 크지 않다면 일탈의 유혹은 줄어들게 되고 게임에 몰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상정해 보면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밥 먹어야지’라는 얘기는 소극적이고 어쩌면 방임적 언급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어린 자녀가 게임에 빠져 있음에도 적절한 관리나 제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게임 중독에 대해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엄마에 대한 욕설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보면 학생들이 하는 대화의 상당부분이 욕설입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의 욕설도 전혀 거리낌 없이 주고 받습니다. 언어가 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는터라 욕설 사용에 대해 제재하고 질책을 해도 무엇이 문제냐고 되물을 정도입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인성은 물론 사회생활의 수준과 관계를 좌우한다는 연구결과는 많습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의 언어습관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성이 형성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지금 사용하는 언어습관이 이후 사회생활에서 어떤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루는가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욕설을 하는 것을 방치하거나 묵인하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엄마도 뺨을 때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욕설 사용의 폐해나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물리적인 제재를 했다는 것입니다. 욕설은 아이들에는 언어의 일부입니다. 잘못을 모른다는거죠. 그런 상황에서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설명없이 물리적인 제재를 일방적으로 행하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욕설을 할 경우 그 욕설에 대한 의미와 왜 그 욕설을 사용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스스로 각성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뺨 두 대를 맞은 것으로 엄마를 경찰에 신고한 것입니다. 뺨 두 대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인지, 엄마에 대한 평소의 앙금에 대한 발로인지 모르겠으나 엄마를 경찰에 신고한 것은 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사리를 분별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엄마의 가벼운 체벌을 경찰에 신고한 것은 정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엄마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왜 뺨을 때렸는지, 무엇 때문에 엄마가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은 배제한 채 다만 맞았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억울함을 외부에 호소한 것입니다. 발생한 상황의 이유가 무엇인지, 애초의 잘못의 주체가 누구인지, 신고한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등에 대한 인과관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한 행동을 시작점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모르는 거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어마 어마 한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기에 이 뉴스가 크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위와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보면 이 뉴스는 적지 않은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 반성도 되고 동시에 이와 같이 행동하는 자녀가 다만 이 사건의 당사자 한 명뿐일까 생각도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