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교육부는 중요한 정책 하나를 발표하였습니다.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향후 고등학교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핵심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자율형사립고(자율고)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자율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 선발하여왔습니다. 그런데 2015년부터는 성적에 상관없이 추첨제로 학생을 뽑아야 합니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 조치로 자율고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모인 학교’에서 ‘성적 우위 없이 등록금만 최대 3배 비싼 학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자율고는 이명박 정부가 고교를 다양화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결과물입니다.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적성에 따라 갈 수 있는 고교를 300개(자율형사립고 100개, 기숙형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대입성적에 따라 수직적으로 줄세우는 결과만을 초래하여 일반고의 수준을 하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일반고에 가면 망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왔을 뿐만 아니라 일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게 되고, 수업 분위기나 생활지도마저 어려움에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구 정부의 잘못된 교육 정책의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고등학교 서열 계층의 가장 윗단에 있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전국 단위 선발의 자사고(자율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는 여전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고입대비 사교육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한 일부 부유층이 거주하고 있는 자율고는 새로운 귀족학교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자율고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일반고가 기존에 안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교육정책을 모든 부모의 입장을 고려하여 일거에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정책을 입안할 때 반영해야 할 것은 성적이 교육 정책의 모든 것을 좌우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교육은 학업 성적을 우선적으로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학업 성적만으로 보면 우수할 지 모르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사회인인가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자신의 성적만 올릴 수 있다면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부모 역시 대부분 그러한 태도와 행동을 보입니다. 학교가 성적 위주로 줄서기를 하고, 학교에서 성적만을 가지고 학생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제도가 잔존하는 한 이러한 모습은 근절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교육부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수정된 정책이 기대한 것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사회인을 만드는 교육현장이 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책이 큰 틀을 잡는 기본이 되겠지만 정책을 실행하는 모든 교육관계자, 그리고 특히 부모들의 협력이 있어야 비로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