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 개학이 될 때면 학생들은 어떻게 변했을지, 새로운 학기는 어떤 일이 진행될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설레임과 더불어 다가오는 것이 일반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금년에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됩니다. 궁금증이나 설레임 보다는 어떻게 이 뜨거운 더위에서 수업을 해야 할지 걱정과 한숨만 나옵니다. 기상청 관측 사상 최고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급상의 차질로 공공기관에는 냉방 전면 중단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이미 방학 전의 무더위에도 냉방이 안되어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이제 개학이 되면 더 고통스러운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방학 전 보다 더 높은 기온도 문제지만 그 속에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인내심은 금방 바닥에 떨어질 것입니다. 방학 전의 경우 일상이 더운 환경이어서 예측도 가능하고 그 예측에 따라 인내심도 어느 정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방학 후에는 그간 방학 동안 시원한 환경을 누려왔기 때문에 인내심의 한계를 금방 보일 것입니다. 한계를 드러낸 인내심에 기온은 방학 전보다 훨씬 더 높고, 그럼에도 전력 수급의 차질로 냉방은 중단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정책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책이라는 것도 사람이 계획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전력에 대한 정책은 좀 다르게 보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느 한 해 동안의 한시적인 문제였다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매년 반복된 뉴스를 들어왔다면 이는 분명 실수가 아닌 정책상의 커다란 오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년에도, 그 재작년에도, 그리고 그 이전의 여러 해에도 여름만 되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있다고 국민에게 절전을 요구해 왔습니다. 어느 한 해의 한시적인 상황이 아닌거죠. 그럼에도 또 이번 여름에 이런 심각한 상황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죠.
물론 상황은 발생하여 정부가 잘못했니 안했니 따지고만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압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참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학 후 그야말로 찜통 속에서 수업을 해야 할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무엇인가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30도가 넘는 기온에 학교 건물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라 더 높은 온도를 만들고, 학생 40여명이 내뿜는 높은 체온의 좁은 공간은 전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공부는 집중력이 근본임에도 전혀 이를 담보할 수 없게 됩니다. 개학은 했지만 개학이 아닌 상황이나 다름이 없다는거죠.
모든 공공기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냉방 중단 조치에서 학교는 탄력적으로 적용하던지, 개학의 시기를 겨울 방학과 함께 검토하여 조율을 하던지, 수업의 커리큘럼을 수정하던지, 아니면 차라리 방학 후의 몇 주를 인내심 극복으로 명명하고 이를 정식으로 교육하던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냉방없는 공간에서의 업무를 이 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에게 같은 기준으로 참고 견뎌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학이 코 앞인데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