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 9시 프라임타임 뉴스시간에 제주의 한 국제학교가 전국소년체전 럭비 중등부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뉴스를 전했습니다. 하루에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 가운데 9시 뉴스에 소개되는 내용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들일 것입니다. 시청자가 알아야 할 내용, 몰랐던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내용, 여론을 환기하는 내용 혹은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들이 뉴스로 선정되어 우리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제주의 한 국제학교가 전국체전의 럭비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뉴스도 분명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보면 별반 의미가 없는 그저 그런 뉴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종목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경기가 벌어지고 그 모든 경기마다 우승하는 팀이 있습니다. 따라서 럭비 종목에서 한 학교가 우승을 했다는 것이 프라임 타임인 9시 뉴스의 하나로 선정될 만큼 대단한 소식이 아니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는거죠. 하지만 이렇게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이 내용이 9시 뉴스에 소개되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평범한 내용 같지만 우리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분명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주의 국제학교에 가려면 공부를 매우 잘해야 합니다. 적어도 성적이 상위 10% 이내에 들어야 갈 수 있는 학교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비가 매우 비싸 소위 가진 집의 자녀가 아니고서는 입학하기가 어려운 학교입니다. 학교에 진학하더라도 개인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합니다. 학교에 들어갈 때는 물론 들어가서도 성적을 우선시 하는 매커니즘에 적응해야 하는거죠. 당연히 내 개인의 성적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 학생들에게 맞는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팀 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며 공부에 전념했던 학생들이 구성원의 대부분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런데 이런 학교의 학생들이 팀웍이 없으면 절대로 안되는 럭비에서 전국체전의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이 학교의 소개를 보면 성적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과외활동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을 육성하는데 많은 심혈을 기울인다고 합니다. 럭비는 이러한 과외활동의 하나구요. 이 학교를 들어오기 전이나 이 학교에 와서도 성적은 학우간에 피말리는 경쟁이지만 이와 병행하여 함께 하는 팀웍 강조의 과외활동에 반드시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개인적일 것만 같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팀웍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럭비를 한다는 것이 어색하다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팀웍을 발휘하여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입니다. 결코 개인이 먼저인 성적에서의 성취로 맛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한 것이죠. 그래서 뉴스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학교의 사례와 달리 일반적인 우리 학교의 형편은 어떻습니까? 상급학교의 진학 중심의 과목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팀웍을 요하는 과외활동을 체계적으로 마련하지도 않고, 참여 같은 것은 무신경하게 있지는 않습니까? 심지어 팀웍을 요하는 과목들 시간에 다른 시험과 관련한 과목으로 대체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바람직한 교육 방향은 어떤 것일까요? 흘려 지나칠 수도 있는 국제학교의 럭비팀 우승 소식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