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국회의원이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2012년 한 해 동안 몇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를 취합하여 발표하였습니다.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초•중•고등학교 학생 139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년별로는 고등학생 88명, 중학생 48명, 초등학생 3명이었습니다. 사유는 가정불화를 포함한 가정문제가 56명(40.3%)으로 가장 많았고, 우울증이나 염세비관이 23명(16.5%), 성적불량과 성적비관이 16명(11.5%), 이성관계 14명(10.1%), 신체결함과 질병 4명(2.9%), 그리고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2명(1.4%)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09년 202명, 2010년 146명, 2011년 150명, 2012년 139명으로 자살 학생 수가 대체로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흘에 한 명 정도가 생을 달리하고 있는 불행한 현실입니다.
30분에 한 명꼴로 자살하는 높은 자살율의 나라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현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전 세대별로 자살율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펼칠 기회도 갖지 못한 어린 나이라는 안타까움도 그렇지만 자신의 의지로 만든 세상이 아닌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 가져다 준 장벽 앞에서 한낱 피해자로서 스러져갔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자신들의 잘못 보다는 어른들의 잘못이 훨씬 크다는 것이죠.
물론 같은 세상을 살면서 이를 극복하고 활기차게 사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릇된 선택을 한 학생들이 문제라는 인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을 잘못이라고 탓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포기한 주요한 사유들인 가정문제라든지, 세상에 대한 염세적인 관조라든지, 성적비관에 대한 생각들은 어른들이 만든 세상과 어른들의 시각 그리고 그런 어른들에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한 두려움, 무력감, 피해의식 등이 우선하여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어른들의 잘못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삶을 포기할 정도로 심각하게 느끼는 원인으로서의 세상에 대한 장벽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죠.
이뿐만 아니라 어떤 사유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자 할 때 어른들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이렇게 많은 자살이 이루어질까 하는 이해 차원에서 어른들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문제로 고민을 하거나, 세상을 염세적으로 보거나, 성적으로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거나, 이성적인 문제로 방황할 때, 신체에 대한 불만족이 높을 때,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 이를 공감하고 포용하고 어루만지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학생들이 세상에 자신의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저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의 시작은 가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살의 가장 큰 사유도 가정문제이지만 다른 사유들로 인한 고민도 가정에서 용해시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에게 물질적인 에너지만 제공하는 가정이 아닌 정서적인 에너지를 교류하는 가정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