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크게 좌우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좌뇌는 추리, 계산 등의 논리적 기능을 관장하는 반면 우뇌는 그림이나 음악감상, 스포츠 활동 등 단숨에 상황을 파악하는 직관과 같은 감각적인 분야를 관장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뇌는 각각 반대편 몸의 운동과 지각을 담당한다는 것 역시 많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즉 좌뇌에 이상이 생기면 몸의 오른쪽에 이상이 발생하고 반대로 우뇌에 문제가 발생하면 왼쪽 몸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 말이죠.
더 나아가 뇌의 발달에 따라 운동과 지각이 좌우된다는 사실의 역으로 운동과 지각에 자극을 주면 뇌가 활성화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 발단관계는 성장기에 효과적이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나이의 자녀에게 운동과 지각 활동에 자극을 주어 뇌의 균형적인 발달을 도모하는 부모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상황이 어린 자녀에게 양손을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양손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좌우의 뇌가 균형적으로 발달하여 이상적인 모습을 갖출 것이라는 확신에서입니다. 따라서 타고난 특질에 관계없이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부모가 적지 않습니다. 억지로 양손을 쓰도록 상황을 강제하는 것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모두 다 자녀를 위한 충정어린 교육인거죠.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 런던대학이 15년 동안 7천 800여 어린이를 추적 조사하여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의적으로 양손을 쓰게 하는 것이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양손을 모두 쓰도록 강요하면 자칫 아이들 정서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양손 모두 쓰도록 강요 받은 아이들은 한쪽 손만 쓰는 아이들보다 수학과 언어 시험 낙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증상을 보인 비율도 2배 이상 더 높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언어적인 능력이나 수학적인 능력은 주로 어릴 때 형성되는데, 그때 왼쪽 뇌가 충분히 발달하게 놔두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적시합니다. 발달 단계와 상관없이 스트레스를 주면, 뇌 발달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7살 이전까진 아이들이 편한 대로 손을 쓰게 하는 게 두뇌 발달에 더 좋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의욕에 반하여 너무 일찍 양손을 쓰게 강요하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양손을 사용하는 것은 뇌의 균형적인 발달을 위해 바람직하지만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강요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우리 자녀가 좌우 뇌를 고루 발달시켜 논리와 감각에서 균형을 갖춘 모습을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처럼 과유불급,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는 것은 진실인 것 같습니다. 욕심이 때론 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거죠. 남보다 더 값진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우리 자녀의 좌우 뇌를 균형있게 개발하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때로는 의도와 달리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역시 뇌의 발달에서도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족하면 미심쩍고, 지나치면 이후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후회스러운 상황을 맞게 되는 거죠. 아무튼 좌우 뇌의 균형적인 발달은 우리 자녀의 성장에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무리한 시작보다는 적절한 때를 감안하는 느긋함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녀로 하여금 좌우 뇌가 균형을 이뤄 사랑받는 존재로 만드느냐 아니면 무리한 시도로 인해 의도에 반해 지체아로 만드느냐는 것은 부모에게 달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