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의 한 연구관이 최근 관심이 가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논문의 제목은 '아동•청소년기 가정폭력 경험이 성인범죄에 미치는 영향'으로 아동과 청소년기 가정폭력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내용이 관심을 끕니다.
경기도 지역의 수형자 48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51.2%가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직•간접 경험했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응답한 수형자를 보면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사범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63.9%로 가장 높았습니다. 살인범은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60%, 절도범은 56%, 강도는 48.8%, 폭행•상해 48.5%, 사기•횡령 42.0% 순이었습니다. 또한 아동과 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사람들 가운데 청소년 시절 비행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1.1%나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 경험자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자녀에게 가정폭력을 가하는 경우는 피해 미경험자보다 3~5배나 높았습니다. 이 연구를 한 연구관에 의하면 "아동•청소년기 가정폭력 피해 경험이 청소년기 비행과 성인이 된 후에 저지르는 가정폭력 및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결론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의 폐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줄은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간과할 수도 있는 가정 폭력이 자녀와 그 자녀의 자녀에 이르기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고 모두가 다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연구를 보면 가정폭력을 경험한 피해자의 71.1%가 청소년기에 비행을 저지릅니다. 범죄를 저질러 현재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 중 51.2%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범죄 중에서도 중범죄들인 성폭력, 살인범 등이 다른 일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보다 가정폭력의 경험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일관된 결과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대다수 가정폭력의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가정교육의 한 방법이라거나, 문제의 근원은 폭력의 피해자라거나, 사랑의 매로서 경미한 것이라거나, 피해자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거나, 어쩌다 한 두 번 그런 것이라거나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그런데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피해자가 받을 신체적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감안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초의 취지가 어떠했던지간에 피해자가 그 폭력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면 그것은 명백한 폭력입니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에는 가족의 수직적 관계에 의해 할 수 없이 감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항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이유로 말하는 가정교육은 무색해지고 피해자의 내면에 정신적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다른 사람에게 분출될 때 비행이 되고 범죄가 되는 것입니다.
자녀가 그릇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숙한 사회인으로 존경받고 신뢰 받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가정교육을 합니다. 그런데 방법이 잘못되면 기대와 달리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경원시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본 연구 논문 결과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우리 자녀에게 행하는 가정교육이 명목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는 폭력으로 가해지는 것은 아닌지 항상 반성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