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교육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전형숫자를 줄이고, A와 B로 나뉘어 치뤄지던 영어시험을 통합하며, MB정부시절 426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가영어능력시험(NEAT)를 사실상 사용하지 않고, 한국사를 대입시험에 필수과목으로 하는 등등 여러 정책들을 내놓았습니다. 대입전형을 간소화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대입전형의 개선이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 근본 목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책 변화가 발표되자마자 여러 전문가들이 변화에 따른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간소화하지만 실제적으로 간소화가 되는 것은 없다라는 주장부터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주장, 잦은 정책의 변화로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주장 등 많은 우려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통된 지적은 충분히 계획되어 장기간 시행되어야 하는 교육제도가 제대로 시행도 해보기 전에 유보 또는 폐지되는 경우가 너무 잦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정책의 방향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백년지계여야 할 교육정책이 너무나 자주 바뀌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1969학년도에 예비고사가 도입된 이후 올해 입시까지 총 38차례 대입제도가 바뀌었는데 대학 입학 제도의 평균 수명은 1.2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초빈국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요인은 교육입니다. 지금도 어느 가정이나 부모님들의 가장 초미의 관심사는 자녀들의 교육입니다. 자녀교육이 부모로서 살아 생전 최고의 목표이자 의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런 만큼 교육에 대한 투자는 물론 관심도 높습니다. 정부 정책이 바뀔 때마다 그것이 우리 자녀에게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고 해석하고 그 영향도를 감안하여 방향을 설정하고 실제 실행까지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안정적인 제도 하의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 자녀 교육을 시키고 싶어합니다. 정책의 변화가 가져다 주는 추가적인 노력은 고스란히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책의 수정으로 대학이나 학교 등의 기관들도 제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일반 가정이 받는 스트레스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개인적으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가 어느 한 두 가정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거의 모든 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이 새로운 정책변화에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실로 엄청난 국가적인 낭비이자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신적 적응 노력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거의 매년 발생합니다. 더 나은 교육 정책을 편다고는 하지만 거의 모든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정책이 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교육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아무튼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말만 하지 말고 제도 마련과 시행에서도 이 기본 원칙을 반드시 지켜 개별 가정이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를 줄여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