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충격적인 존속살인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도박 빚에 시달리던 둘째 아들이 어머니가 가진 재산을 노리고 어머니와 자신의 형을 살해한 후 시체를 유기한 사건입니다. 사건 발생 후 용의자로 지목된 이 둘째 아들은 강하게 범행을 부인했지만 결국 범죄가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 경악하는 것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된 범행이었다는 것입니다. 수사가 더 필요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체 유기에 가방 이용, 차량의 교묘한 운행, 시신 매장 방법 등에서 주도 면밀한 지능범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이 처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탈피하고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머니와 형을 치밀한 계산으로 살해하였다는 것에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모나 친족을 대상으로 하는 패륜적인 범죄가 더 이상 한두 사건으로 희소하지 않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 8월까지 모두 10만2948명이 부모나 친족을 대상으로 패륜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 2만6019명, 2009년 2만4302명, 2010년 2만171명, 2011년 1만8901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중 존속살해는 2008년 45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 2011년 68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일어난 패륜범죄는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자식의 허물을 감싸주려는 부모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신고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가족관계에서 왜 이러한 끔직한 패륜적인 범죄가 발생할까요? 왜 그 추세는 더 심각해지는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되면서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가 가족 내에서도 작용하면서 패륜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가족끼리 경제적 이유로 갈등하게 되면 서로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폭행이나 존속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근본 이유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가족간에 경제적인 갈등이 없는 가정이 거의 없을 것이고 모든 가정에서 그 갈등을 이유로 패륜적인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드러난 일차적인 원인이야 물질만능주의가 가족애를 압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그러한 사고를 누가 가르쳐왔느냐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질만능주의는 누가 심어 주었으며, 그것이 가족애를 압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누가 갖게 한 것일까요? 과연 사회적인 흐름에 풍조에 추세에 그 잘못이 있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인지 지적하는 것은 여기서 커다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가진 환경, 각자가 가진 가족관계, 그들과의 상호작용 방법 그리고 가정 교육의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관된 대책을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 패륜적 범죄가 과연 우리가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이러한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