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부모의 사정으로 일년동안 국내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우리 반으로 배정되어 일년 동안 잘 다니다 여름 방학과 더불어 다시 외국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일년 전 학교로 올 때 학생의 부모가 함께 학교로 찾아와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년 동안이지만 외국에서와 다른 환경 속에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부모는 관심이 많아 그간 자주 전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 부모 중 아버지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선생님, 그 동안 우리 OO를 잘 보살펴주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선물은 잘 받으셨나요?’라는 문자였습니다. 방학 전 학교를 떠나면서 그 학생이 다시 돌아가게된 외국의 쵸콜렛을 몇 개 선물로 주었고 그것을 반 학생들에게 나눠먹도록 주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쵸콜렛을 언급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덕분에 학급 반 친구들과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선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없다고 했더니 조금 후에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내용인 즉 약 열흘 전에 학교로 찾아와 일년동안 자녀를 잘 보살펴 준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수업 중이라 뵙지 못하고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의 높으신 분을 만나 대신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면서 감사의 선물을 그 분께 맡겨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 대한 감사의 표시로 준비했던 선물이니 꼭 찾으라고 하면서 선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까지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선물을 받으면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까지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학교의 높으신 그 분은 그 선물을 내게 전달해 주지 않았을까? 그 학생의 아버지는 왜 그런 문자와 전화를 하였을까? 등등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학생의 아버지는 선물을 전달했음에도 담임인 내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지 않아 어쩌면 서운해서 약 열흘 동안 기다리다가 확인을 하고자 전화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이 학교를 다니던 동안 자녀의 학교생활로 자주 전화를 하면서 다는 아니지만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근거로 비추어 자신이 분명 선물을 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으니 궁금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확인 전화가 아니었을까라 생각한거죠.
그런데 왜 그 분은 열흘이나 지났는데 그 선물을 내게 전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바쁜 일상으로 잊어 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그 분이 보여 주었던 다른 상황에서의 행동들을 유추해 보니 부정적인 다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흘이나 지났고, 이미 그 학생은 학교를 떠났고, 따라서 그 부모가 다시 학교를 찾아 올 일은 없을 것이고 등등의 상황을 감안하니 찜찜함이 계속 남게 되었습니다. 선물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생각했던 부정적인 상황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아니지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임선생님으로서의 존재에 대한 인정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고민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당해 아버지는 반드시 찾아서 그 결과를 알려 달라고 전화를 하였지만 교감 선생님께 그 선물을 달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왠지 사회생활의 한 단면을 겪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