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도 마찬가지이지만 도서관은 공중도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곳입니다.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목적인 조용한 환경에서의 자기 탐구를 하기 위해 오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같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지켜야 할 규율은 더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개인이 추구하는 이용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달성하게 만드는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서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이용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조용히 자신들의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 명의 여자 아이들이 한데 모여 키득거리며 떠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리가 적지 않아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였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제를 요구하는 눈빛과 찌푸린 인상으로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수다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서 선생님이 한 차례 주의를 주었습니다. 소용이 없었습니다. 곧 바로 또 떠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서 선생님이 다시 주의를 주고 ‘얘기할 것이 있으면 나가서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떠들었습니다.
사서 선생님이 이들을 밖으로 불러 여러 사람이 조용히 이용해야 하는 곳에서 그렇게 떠들면 어떡하냐고 주의를 또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뭐가 잘못 되었느냐고 항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신들도 학생이니 이용할 권리가 있고 토론할 것이 있으면 당연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몇 차례 도서관의 이용 목적과 개인의 자유와 다중의 공적 목표와의 관계 등에 알아 듣도록 얘기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사서 선생님의 애기에 콧방귀를 끼며 오히려 무례함을 보였습니다.
사서 선생님은 이들의 태도와 가치체계에 제대로된 교훈을 주고자 학생들을 전담해서 지도하는 부서로 데려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잠시 기다리라 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소지품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해당 부로 가서 부장 선생님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좀 더 확실한 조치를 하여 이들이 잘못을 인식하도록 당부하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그 세 명 중 한 학생의 엄마가 이 부서로 쳐들어왔습니다. 딸이 조금 전에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부당한 이유로 학생 담당부로 끌려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음에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도 않았습니다. 오자마자 도서관은 학생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곳인데 왜 사서 선생님이 아이들의 자유를 구속하느냐면서 학생들 앞에서 큰 소리로 야단법석을 부렸습니다.
이런 경우 학생의 생활을 책임을 지고 있는 선생님은 학교의 규율과 도서관이란 공간이 갖는 합목적성에 대해 얘기를 하고 왜 이 학생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를 설명을 하는 것이 옳은 지도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장 선생님은 강하게 나오는 학부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평소의 특성처럼 ‘그러게 말입니다. 사서 선생님이 오늘 좀 과민했던 모양입니다.’라는 말로 학부모의 화를 달래는데만 신경을 썼습니다. 학생들은 엄마의 성질를 동반한 강력한 반발이 효과가 있다는 현실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아니 사서 선생님이 자신들에게 불편부당한 처사를 했다는 확신을 안고 돌아갔습니다.
이런 사례를 말하면 어쩌다가 발생한 일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어쩌다가 일어난 희귀한 사례가 아닙니다. 학생이 당연이 준수해야 할 학칙을 준수하지 않아서 조치를 취할 때면 많은 경우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대뜸 큰 소리로 항의를 하고, 그 항의에 보직 선생님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십 수년 있으면서 오늘날 공교육의 문제는 학생들의 잘못 보다는 학부모와 보직 선생님들의 잘못된 시각과 사후 조처에 의한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비록 잘못을 했더라도 내 아이에게는 그 어떤 악영향도 있으면 안된다는 학부모의 시각과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있고 교육적으로 조처를 해야 함에도 일단 큰 소란없이 조용히 넘어가려는 보직 선생님들의 기대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이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학부모나 선생님들이나 모두 한 목소리로 이를 통탄스러워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례가 거의 매일 발생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학교를 학교가 아닌 곳으로 퇴행하게 만든 이 책임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누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고, 누가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