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특별활동 시간에는 외부 전문가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수업시간을 담당한 외부 선생님이 매우 화가 나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 학생들과의 수업을 위해 체육관에 들어갔습니다. 한 쪽에 선생님 자신의 백을 놓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니 백에 들어 있던 자신의 간식을 학생 네 명이 꺼내서 나누어 먹고 있었습니다. 왜 선생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남의 가방의 물건에 손을 대었느냐고 물으니 학생들은 천연덕스럽게 배가 고파 꺼내 먹었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기가 막혔지만 교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너네들 가방에 먹을 것이 있어 선생님이 배가 고파 허락도 받지 않고 꺼내 먹으면 어떨 것 같으냐?’고요. 학생들은 ‘그것은 안돼죠’라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그럼 왜 선생님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허락없이 꺼냈는냐?’고 하니 ‘배가 고파 그랬는데 뭐가 잘못되었는냐?’고 오히려 선생님을 째려 보더라는 것입니다.
화가 난 외부 선생님이 이 내용을 담임 선생님께 알렸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네 명의 학생들을 불러 훈계를 하였습니다. ‘남의 소지품을 허락 받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절도가 될 수도 있다’, ‘너네들의 가방에 무엇인가가 들어 있는데 누군가가 그것이 절실히 필요해서 꺼내 사용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니?’라는 얘기로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이 한 일이 왜 잘못인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가방에 있는 무엇인가를 누군가가 허락없이 꺼내는 가상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선생님의 가방에서 꺼내 먹은 간식에 대해서는 뭐가 잘못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약 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비슷한 예로 설명을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신들은 집에서 엄마나 아빠의 가방에 먹을 것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허락 받지 않고 꺼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학생들의 사고체계가 성인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 정도면 옳고 그른 것, 더군다나 같은 상황이 내게 벌어지면 그것은 용서가 안되고 자신들이 같은 행동을 남에게 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분별할 수 없는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이 말이죠.
이런 경우 ‘그러니까 학교에 보내지 않느냐’고 말할 지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요. 그런데 이런 가르침을 학교에서만 책임지고 가르쳐야 할까요? 자신들의 집에서는 수년간 아무런 제약이 없이 행해졌던 경험이자 교육인데 짧은 시간 동안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순식간에 이를 깨우칠 수 있을까요? 왜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러한 상황이 잘못인 줄 알고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데 소수의 이런 친구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잘못을 모를까요? 학교가 이들에게는 다른 가르침을 주었던 것일까요? 자초지종 같은 상황을 입장을 바꾸어 설명을 해도 자신을 위주로만 생각하고 집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그러느냐는 학생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가르침을 주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