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황당한 상황 중의 하나가 특정 교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입니다. 특정 교사에 대해 동료 선생님들은 불신하는 반면 학생들은 매우 좋아하는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동료 교사로서 자격을 논의할 정도로 형편없는 교사라고 평가하고 있는 분을 학생들은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사로서의 관점부터 보겠습니다. 이 분이 수업준비를 댁에서 얼마나 철저히 하는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수업 준비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매번 비슷한 자료를 가지고 교실에 들어갑니다. 거기에 더해 매번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수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교실에 들어가 학생에게 오늘 무엇을 하고 싶느냐는 것을 묻습니다. 수업을 좋아하는 학생의 수가 적은 만큼 수업을 하자고 답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 수업에 반영하는 것이 이분의 교육철학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대답에 수업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떠들든 돌아다니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이분을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대답을 주로 합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이 선생님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이 선생님을 매우 싫어합니다.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자율적인 선생님으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 번째 동료로서의 관점입니다. 이 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하지 않습니다. 학교 일도 상당부분 프로세스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 분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프로세스에서 거의 항상 문제가 발생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느냐는 항변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 그 분의 일을 대신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는 아예 그에게는 말하지도 않고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왜 자신의 일인데 자신에게 말도 없이 했느냐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화를 냅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황당해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응답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자신의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사람이 어떤 가치관으로 생활하느냐는 것은 개인적인 일입니다. 따라서 이 분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행동 역시 그의 개인적인 일로 뭐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러한 사고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겨다 줄 때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일단 이 분의 수업에 대한 방치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수업하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학생은 수업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을 부정하고 도외시하고 있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담임으로서 우리 반 학생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수업 듣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인 우리 학생들이 그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료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바쁜 상황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줄 때 목표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동료 교사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이분을 피하고 불신합니다. 교사로서도 동료 교사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