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으로 살아가다보면 원하지 않아도 맞닥뜨리게 되는 일 중의 하나가 '암'이라는 질병일 것입니다. 때론 지난친 염려로 오지도 않은 불행에 미리 겁먹게도 만드는 정말 무서운 놈인거죠.
늘상 아직은 먼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일이 어제 친구의 속상한 목소리와 함께 전해져 왔습니다. 유방암이라고..... 30년도 넘은 친구이지만 각자 사느라 바빠 친구들끼리의 수다스런 여행도 단 한번 가보지 못했었습니다. 그저 애들 다키워놓고 시간되면 어디어디 함 가보자 하는 식의 자조적인 위안만 늘 만연했었죠. 이러다가는 얼굴도 잊겠다 싶어 규칙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도 지난 12월부터였답니다.
직장생활과 함께 그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가정을 돌보는 동안, 정작 '나'에 대한 돌봄은 그동안 너무도 소홀했나 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일을 하던, 일을 하지않던 스스로를 돌보며 사는 '엄마, 주부, 아내'가 몇이나 있을까요?
무서운 질병과 이제 싸워야 하는 친구는 자신의 걱정보다는 일을 놓으면 겪게될 가정의 경제적 무게에 여전히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자신을 다 내려놓는 연습을 시작하는 거라는 다른 친구의 위로도, 천천히 순리대로 하나씩 해결하라는 충고도 다 소용없는 일인 듯 싶습니다.
결국 한 가족의 일원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지 다시금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아침입니다.
늘 '희생'이나 '봉사'로 인생을 채워왔던 우리네 어머님들 - 그렇게 사시지 말라고, 엄마도 엄마를 돌아보며 사시라고 만류하던 딸들도 어느새 대를 이어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습니다...친구처럼...
엄마가 건강해야 가족이 평안합니다.
온전한 '나'에서 출발하여 인생을 계획하고 건강을 도모하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엄마가 아닙니다. 스스로의 '돌봄'이 결여된 생활은 결국 가정의 행복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