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담임으로 맡았던 학생의 어머니였습니다. 조용한 성격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보단 다른 친구들을 먼저 생각해서 늘 행동에서 조심성이 묻어나던 그런 친구였습니다. 본인이 원하던 학교에 진학했고,충분히 그 분야에 잠재성을 지녔기에 앞으로는 큰 발전만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던 바였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첫 한 달의 기간이 그 친구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던 모양입니다. 학업에서 오는 무게감이 아니라 동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갈등이든 한쪽만의 잘못은 없습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이태임 욕설, 예원의 거짓 해명에서처럼 처음에는 무조건 한 쪽에만 그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여 섣불리 오해하고 비난하고 결정지었지만,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가 몰랐던 부분이 있었던 것처럼 이 친구의 상황도 이야기만으로 단정 짓기엔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듣고 보니, 충분히 학교집단 폭력의 수준이었습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자기와 ‘다름’으로 인해 왕따 문화가 자행되고, 욕설을 하고 뒷말을 하는 ‘다수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시작의 첫 한 달을 이런 식으로 낙인이 찍히면 남은 기간 이 친구가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가슴이 먹먹합니다.
염려가 되는 것은 비단 이 친구 한명만이 아닙니다. 모든 학생들은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역할을 할 인재들입니다. 한 사회의, 국가의 미래에 훌륭한 인적자원인 그들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의 누군가에서 멸시를 주는 인격의 소유자라면, 장차 그들이 힘까지 부여된 자리에서 나보다 약한 자를 돌볼 따뜻함이 있을런지요?
학교는 지식도 배우는 곳이기 이전에 장차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인성을 배우고 나누는 연습의 장입니다. 앞으로 성장하면서 실수를 만회하고, 또 반성하여 그릇된 행동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도 당연 많습니다. 하지만, 바로잡고자 하는 어떠한 노력 없이 막연히 긍정적인 가능성만 바라봐야 하는 것은 마치 씨앗을 뿌리지 않고 추수를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친구에게, 그리고 동학생들에게 씨앗을 뿌려줘야 할 때인 듯싶습니다. ‘누가’, ‘어떻게’인지는 우리 어른들의 몫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