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잘하기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 책을 보고 강의를 듣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듣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소통 잘하는 방법 몇 가지를 알게 되고 활용해 봅니다. 그럼에도 기대만큼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방법을 알고 노력해도 왜 원하는 수준의 소통은 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back to basics)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노력해도 잘 되지 않으면 기본부터 재점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소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통에 필요한 원칙을 잘 인지하고 실행하는지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먼저 목적 만들기(Purpose-making)입니다. 대화 내내 일관되게 왜 그 대화를 하는지 근본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관계 복원이나 개선을 때문에 소통하려 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주거나 관계를 악화 혹은 파국으로 몰아갈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면 특정의 상황, 특정의 언사, 특정의 표정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상대방이 공감하거나, 위로하거나 혹은 사과하지 않았다고 느끼면 그 감정에 함몰됩니다. 이렇게 되면 대화는 당초 목적에서 멀어지고 상대방에 대한 분노나 적의가 그 시간을 지배합니다. 관계 복원이나 개선이 아니라 더 악화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순서 바꾸기(Turn-taking)입니다. 대화에는 두 가지 역할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말하는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듣는 역할’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 대화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몰입도는 당연히 말하는 사람이 높습니다. 그런데 대화는 그 자체보다 ‘대화 후 듣는 사람의 태도나 행동이 말하는 사람이 바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의 몰입도가 높아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대화를 독점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그 역할을 수시로 바꾸어야 가능합니다. 이것이 순서 바꾸기입니다.
마지막 기본은 관점 바꾸기(Perspective-taking)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관점을,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관점만을 주장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고 일방 주장입니다. 일방 주장은 ‘배설’과 다름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감안하지 않고 자신의 불편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설을 하면 당사자는 속이 편안해 질 수 있지만 그 상대방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진동하는 배설물의 냄새와 흔적은 쉽게 가시지도 않고 그것 때문에 갖게 된 나쁜 감정은 오랫동안 남습니다.
이런 소통의 세 가지 기본이 작동되지 않으면 소통 방법을 몇 가지 배워 적용한다 해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소통이란 이 세 가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세 가지 원칙을 우리가 원하는 대화에서 작동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먼저 ‘목적 만들기’를 하기 위해서는 대화 전에 목적을 나열합니다. 말하는 역할의 사람뿐만 아니라 대화에 초대된 듣는 역할의 사람에게도 당해 대화에서 얻고자 하는 목적을 기재하도록 합니다. 그런 후 각각이 작성한 목적을 비교하여 확실한 최종 목적을 선별하여 종이에 적습니다. 그런 후 이 종이를 대화 장소에 크게 적어 놓습니다. 그리고 대화 중간에 이 목적에서 벗어지 않는지 잘 헤아려 봐야 합니다. 특히 감정이 고조되는 경우 반드시 이 목적을 봐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화를 종료할 때 자신과 상대에게 당초의 목적에 얼마나 부합된 대화를 했는지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럴 경우 목적 만들기의 첫 번째 기본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역할 바꾸기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듣는 사람에게 그 동안 이해한 내용을 피드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말하는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듣는 사람의 단어로 정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화는 그 자체보다는 대화 이후의 듣는 사람의 실행력이 본질입니다.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가 전제가 됩니다. 따라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드백을 하는 역할로 바꿈으로써 몰입도도 높이고 실행력도 높이는 것입니다.
마지막 관점 바꾸기는 내용은 좋으나 가장 어렵습니다. 관점은 수년 동안 쌓여진 개인의 경험, 지식, 정보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불가능한 것일까요? 가장 쉽고 효과 있는 것은 공감입니다. 공감은 상대방과 같은 완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입니다.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듣는 것이 일차적입니다. 그런데 듣는 것은 두 귀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공감의 시작인 그 두 귀를 붙여 놓으면 하트 모양이 됩니다. 경청은 마음으로 하라는 의미입니다. 관점 바꾸기는 머리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인거죠.
소통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한 것입니다. 성공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모든 사람들의 첫 번째 핵심성공 요인은 그들이 가진 소통력이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소통, 몇 가지 지엽적인 방법을 찾기 전에 앞서 언급한 기본 세 가지를 충실하게 적용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