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여성가족재단과 함께 ‘서울형 가족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360만 가구의 실태를 분석하였습니다. 이 분석 결과 중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남녀 청소년이 아버지와 얼마나 대화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남자 청소년이 아버지와 대화하는 비율은 5.1%이고 여자 청소년의 경우는 1.8%에 그쳤습니다. 그들이 고민이 있을 때 상담하는 첫 번째 상대는 친구와 동료로 44.5%에 이르렀습니다. 반면에 고민이 있을 때 부모를 찾는 경우는 24.0%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분석에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결과는 가출에 관한 것입니다. 최초 가출 연령이 2010년 13.8세에서 2011년에는 13.6세로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출의 원인으로는 ‘부모와의 갈등’이 51.3%로 가장 많았고, ‘놀고 싶어서’는 29.3%,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서’는 25.5%, ‘학교 및 공부가 싫어서’는 18.5%로 나타났습니다.
고민이 있는 경우 부모를 찾지 않고, 가출의 주된 원인도 부모와의 갈등이라는 위의 결과를 보면 청소년에게 부모는 부모가 가진 기대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자녀에게 고민이 있을 경우 가장 먼저 찾는 존재로 알거나 기대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반면에 가출을 결심하게 만드는 가장 주된 원인은 부모와의 갈등입니다. 이것으로 보면 자녀들의 입장에서 부모는 가장 갈등이 적은 가까운 존재로 원하지만 실제로는 대화가 많지 않은 관계의 존재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갈등이 있으면 가출을 결심한다는 것은 그 관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인 것이죠. 그럼에도 대화를 많이 하지 않은 것은 현실적인 실상입니다.
모든 가정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분석 결과가 맞다면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누가 먼저 어떤 행동해야 할까요?
아마도 부모가 아닐까 합니다.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자아가 완전히 형성된 주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모가 ‘먼저’ 다가갈 때 이러한 갈등과 대화 부족은 더 쉽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시 분석 결과에서 나온 아버지와의 5.1%, 1.8%에 그치는 매우 적은 대화를 복원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많은 아버지들이 사회생활을 가족을 위해서 한다고 말합니다. 아니 그렇게 확신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물질적인 에너지를 산출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에게는 물질적인 에너지 이상으로 정신적인 에너지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물질적 에너지의 제공만으로 치환하여 생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바쁜 사회생활이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일방적인 인식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기 자녀가 원하는 아버지는 물질적 에너지만을 위해 자신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는 아버지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죠.
서울시의 가구 실태 조사가 우리 가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자녀와는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자녀는 가출의 경험도 그러한 의도도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부모들의 일방적인 관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우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럴 것이라는 부모의 관점이 지배적인 경우 서울시의 분석결과가 현실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른 가정 역시 그러한 부모 입장의 관점을 가지고 있을테니까요.
